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빈집.4

언어의 조각사 2007. 7. 17. 21:37

빈집.4

                               김영미

 

쟁기소리 사근대던 논배미에,

꽃빛 밝혀 봄을 뜯던 들녘에,

세월의 지문이 희미하다

잡풀 무성한 외양간 흙벽엔

되새김질하는 農者天下之大本

녹슨 소리에 *워낭이 운다

봉두난발 삶 묵정밭에 묻고

도회생활 이스트에

미래를 부풀리던

아낙의 가슴은 덤불밭이다

급여수당을 저울질하며

시간의 사슬 묶인 도시의 삶

향수 뿌리고 분칠 해봐도

낟알 영글리는 흙내음 가슴에 남아

도시에,

농촌에도

토란잎 이슬처럼 스며들지 못하는

*워낭 : 소목에 달린 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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