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빈집.3

언어의 조각사 2007. 7. 17. 21:36

빈집.3  

                          김영미

 

 

아이들 소리

하늘을 쪼개날던 마당에는

벌 나비만 기웃대고

 

씀바귀, 애기똥 풀더미마다

적막의 진액 감춘 샛노란 망울들이

햇살을 퉁기며 노닐고 있다

 

저 혼자 핀

앵두꽃 결을 훔치는 바람,

흩어지는 꽃잎은

그리움 맺힌 씨알을 스치고

 

아이 눈망울처럼 반짝이며

꿈 가득한 주머니를 채워주던

먼지 낀 유리구슬이

소꿉 놀던 뜰 찾은 길손을 반긴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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