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순례자/ 김영미
밤하늘은 별들의 주유소다
나는 신생의 별들과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몇 개의 성좌를 여행지로 지목하며
바코드를 찍는다
떠나도 떠나도 보이지 않는 세계
곧은 의식으로 잡히지 않는 거리
나 오래전에도
가을이라는 쓸쓸한 계절의 폐허를
헤매며 살았다
밤하늘을 여행하는 일은
알을 깨지 못한 벙어리시인 가슴에
윤동주의 북간도와 고국의 어머니가 복사되는
눈물겹게 아름다운 지상의 감옥이 아닐 수 없다
아픈 기억만이 앞을 가로막아
다른 세계는 열리지 않는다
밤하늘을 순례하는 일은
내가 너무나 자만해 왔던 모국어
그 속에서 헤매는 위태로운 문장 같아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관념만 꽂혀
새로운 세계로 전환이 되지 않는다
저, 눈으로 보이는 밤하늘
[作詩메모]
립스틱을 바르며-
예전의 밤하늘은 슬프리마치 아름다운 윤동주 시인의 삶을 내 안에 각인시켰다.
2025년의 첫 달을 넘기고도 노안으로 시를 쓰는 지금은,
진정한 내 안의 별은 보이지 않고 저마다의 별별만 빛나는 밤이다.
밤하늘이 신비의 원동력이었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지상의 불빛들이 밤하늘을 향해 무언의 항변을 날리던 때에도,
나는 눈만을 부비며 의구심만 품었으니,
밤하늘과 나 사이엔 눈물의 공식이 메말라 있는지도 모르겠다
.
그 밤하늘의 유언을 받아낼 수 있도록
당면한 현상의 은유에 갇혀 사유의 콜레스트롤 빼지 못하는 관념.
그 속에 에 예속되어 있던 의식을 자유롭게 할 마음의 립스틱부터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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