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48회] 언어의 순례자

언어의 조각사 2025. 2. 3. 17:40

언어의 순례자/ 김영미

 

밤하늘은 별들의 주유소다
나는 신생의 별들과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몇 개의 성좌를 여행지로 지목하며

바코드를 찍는다

 

떠나도 떠나도 보이지 않는 세계
곧은 의식으로 잡히지 않는 거리

나 오래전에도
가을이라는 쓸쓸한 계절의 폐허를
헤매며 살았다

 

밤하늘을 여행하는 일은
알을 깨지 못한 벙어리시인 가슴에
윤동주의 북간도와 고국의 어머니가 복사되는
눈물겹게 아름다운 지상의 감옥이 아닐 수 없다

아픈 기억만이 앞을 가로막아
다른 세계는 열리지 않는다

 

밤하늘을 순례하는 일은
내가 너무나 자만해 왔던 모국어
그 속에서 헤매는 위태로운 문장 같아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관념만 꽂혀
새로운 세계로 전환이 되지 않는다

 

저, 눈으로 보이는 밤하늘

 

[作詩메모]

립스틱을 바르며-

 
예전의 밤하늘은 슬프리마치 아름다운 윤동주 시인의 삶을 내 안에 각인시켰다.

2025년의 첫 달을 넘기고도 노안으로 시를 쓰는 지금은,

진정한 내 안의 별은 보이지 않고 저마다의 별별만 빛나는 밤이다.

 

밤하늘이 신비의 원동력이었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지상의 불빛들이 밤하늘을 향해 무언의 항변을 날리던 때에도,

나는 눈만을 부비며 의구심만 품었으니,

밤하늘과 나 사이엔 눈물의 공식이 메말라 있는지도 모르겠다

.

그 밤하늘의 유언을 받아낼 수 있도록

당면한 현상의 은유에 갇혀 사유의 콜레스트롤 빼지 못하는 관념.

그 속에 에 예속되어 있던 의식을 자유롭게 할 마음의 립스틱부터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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