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46회] 737-800

언어의 조각사 2025. 1. 11. 08:03

*737-800

                    김영미

 

부상하려는 새가 낮은 자세로
겨울 하늘 우러르며 날개를 편다
뼛속까지 비워야 날 수 있다고

더 높이 날기 위한 비장한 날갯짓


낮은 자리에서 부풀리던 해외 나들이
노곤히 굳은 몸에 덩더쿵, 얼쑤~
2024년 액운일랑
해넘이 여행으로 씻김굿 하듯
가쁜가쁜 나는 몸 실었으리라


자유로이 나는 새들의 행로에
무단승선 했음일까
자연의 이치를 오독했단 말인가


바람은 잠잠하고 해밝던 하늘
덜컥 무안의 땅으로 꺼지던 날
누리는 블랙홀로 빠진 듯
멈춘 시간 속 정지된 보잉 737-800


누군가는 떠나가는 길 위에서
또 누군가는 기다림의 자리에서
아쉬움과 반가움이 북적이다가
감정의 교차선이 뚝 끊겨
비통함에 감전된 무안국제공항


조각난 창 너머로 흩어지던 빛의 파열음
혈맥이 짓눌린 애끓는 유가족과
산화한 넋을 애도하는 누리는 한마음이다

 

2024122993
결코 잊지 못할 그 시간
두 손이 하나가 되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기도 하늘에 닿아
정치판 냄비에서 들끓던 소란도
잠시 숨죽여 합장하는 고요 속 외침


한서린 먹구름이 하늘을 떠돌다
지전춤을 추며 자늑자늑 내리는 날
광화문에 갈라선 불협화음은
모두를 덮고서 생명수로 스며든 눈처럼
봄을 앞세우는 통일문을 열기를.

 

*737-800: 제주항공 참사 사고 기종 보잉 737

 

[메모]

-제주항공 참사 고인을 추모하며-

 

비통하고 참담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조차 송구합니다.

고인들의 편안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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