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못 김영미 서실의 못은 어떤 무게로 박혀있을까어쩌면 표구 속 글자의 무게를 견디느라노역을 치른다는 생각에더는 가닿을 수 없는 형주를 맴돌다먹물 든 행태를 태운다 못 박힌 경전을 추적한 적 있다그때마다 거리 저쪽 서점들을 빠져나와불면으로 밤을 보내거나 방황하기도 했지만골고다로 간 부활의 길을 상상하며남루한 삶 한쪽 벽에 갇힌 촛불은제 몸을 허문다 삶 속에 켜켜이 쌓인 상흔이고단한 육신에 박혀 할 말이 많은 듯필사적으로 벽을 붙들고 있다태생이 뾰족하고 무모하다 보니가끔 구부려질 때도 있지만본분은 구부리지 않는다 늙은 거리의 악사 바이올린 소리내 영혼을 못질하며 서럽게 박힌다그가 벗어놓은 모자 속 은전들이햇살을 퉁기며 비늘을 드러낸 오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