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밥도 눈물을 흘린다//김영미
아버지의 온기가
구들장 내력을 묶어놓은 오전
누군가 시루 속 콩나물을 깨워 놓고 간,
참 이상도 하지
문종이를 통과한 햇살의 잔영에도
제 음표의 고개를 드는
그 빛나는 여백 속에서
내가 꿈꾼 것들은
어떤 허기의 아랫목을 기억하는 걸까
‘열려라 흰밥’
그 순간
아버지의 부피를 젖히고
담요 속에서 들췄던 건
작은 세례명
참 이상도 하지
밥을 열자 뚜껑 안쪽에 숨겨진 눈물,
검은 오지의 깡마른 아이 눈망울에서
꼿꼿하던 아버지의 고개 숙인 음표들이
디지털 밥솥의 경적을 울리며
내 안으로 들어선 후에야
눈부신 아버지 눈물이 보이는 것은,
2022.11.14.
2023년 6월-모던포엠 이달의 작가
2024년 한국창작문학인협회
'시작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래기-푸른 연대기 (0) | 2022.11.29 |
---|---|
가을단서 (0) | 2022.10.26 |
환절기 (0) | 2022.09.22 |
그늘의 시간을 보다/김영미 (0) | 2022.08.30 |
낡은 풍경에서 깨어나다 (0) | 2022.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