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감꽃처럼.2

언어의 조각사 2010. 6. 6. 15:02

 

감꽃처럼.2/ 心田김영미

 

그해엔

겨울 끝자락을 바짝 낚아챈 듯

꽃바람을 따돌리고 여름이 올 것 같았지

바깥 꽃소식은 너무도 멀어

런닝셔츠의 꽃 속으로 나들이하던 시절이었을까

그 집 뒤란엔 감나무 하나 있었지

세월이 봉당을 지나쳐 후문으로 가던 날이면

부업 소쿠리 꽃그늘에 던져두고

뒷방 새댁과 감꽃을 꿰곤 하던,

떨어지는 모습이 풀기 없는 밥풀 같다며

낙태를 많이하는 감꽃에게는

삼신할매가 머물지 못하나보다며

까르르 웃던 그 여인은

궁뚱망뚱한 동네를 떠나 강남 변두리로 이사 간다 했고

나는,

 

감꽃처럼 미수에 그친 그리움이 또 있을까

감꽃목걸이가 종강종강 뛰노는

아이들 함성위로 감꽃은 피고 지는데

가난한 꽃그늘에 어리던 꿈은

낙태한 추억처럼 아직도 떫다

 

 

 

 

 

 

2010.06.03

 

차령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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