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김영미
1.
2인실에선
불면으로 허기진 독서도 미안하다
소등된 병실엔 뼈를 드러낸 천정이
문틈으로 들어선 불빛에 하얗게 흔들린다
몸속에서 밀려나온 혈관인양 피 주머니와 링거줄을
악세사리처럼 걸친 사람들로 북적대던 비뇨기과 병동에는
간간이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
잇새에 물린 신음소리만 가득한데
난
자꾸만 길어지는 배꼽에 매달려 우주를 유영하고 있었다
그 순간
한쪽 콩팥을 잘라낸 엄마의 소변 주머니가 출렁거렸다
저 줄이 몸속으로 녹아들면
형벌의 줄 끊고 환생할 수 있을까
걸러내지 못한 내 안의 언어들이
벽을 튀어 오르는,
삶의 긴 터널을 통과하는 것은
배설만이 할 수 있다는 듯
은밀한 방귀를 부르는 밤이
링거 줄에 얽혔다
창밖은
지상의 별들로 만삭인 강을 가르던
2호선 전철도 끊긴지 오래
자동차들만 길을 만들며 분주히 선을 긋는다
엄마가 1시간 간격으로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참 고마운 불면의 밤이다.
2.
6인실로 옮겨진 첫날
책장 넘기는 일이 무겁다
섣불리 넘겨진 페이지들이 많아설까
띄엄띄엄 넘겨지는 코고는 소리와
지나간 날들의 악몽 어디쯤에선가
난시에 빠진듯한 누군가의 중얼거림까지
무겁다
오후쯤이면
한쪽 콩팥으로 견뎌내야 할,
소화기관을 빠져나오리라던 의사소견은
그녀 속에서 아직 고개를 안 들고
등 굽은 망각들이 몰려왔다
재활용 될 수 없는 부피들을 모아들이는
그녀의 산책
오늘 그녀가 미음을 불러들였다
책갈피에서 날아간 문자들이
병실 창밖에 수혈을 했을까
가지마다 피어오르는 저 생명의 솟구침
그녀의 링거 줄이 싱그럽게 춤춘다.
2010.05.14
광주문학.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