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편지

109훈령병에게

언어의 조각사 2009. 8. 21. 22:01

보구싶다!

무지무지...

발길이 닿지않는 그 어느곳에서도

난 너를 보고 느낄수 있단다.

그러기에 더욱 간절한,

혼절한 그리움만 쌓여가고 있구나.

오늘 네소식이 넘 궁금해서 중대장님께 전화를 걸어보았어.

다행히 훈련에 복귀했다고 전해주셔서 안심이 되었어.

요즘 군대는

열린 사회라서 참 좋은것같아.

예전같으면 면회 갈때까지 가슴앓이만 하고 있었을텐데...

 

낼은

시낭송회가 있어서 네게 편지쓰지 못할것같구나.

아래 있는 시로 낭송할까해.

네가 엄마시는 너무 어렵다고해서

비교적 쉬운걸로 골라봤어

엄마 멋지게 낭송하고 올께~~^^*

 

 

                                                김 영 미


좁은 창으로 빛이 기어들어온다

구들장에서 전해지는 냉기보다

시린 가슴을 저미는 청구서의 무게

하루 노동을 보장받은 오늘

새벽공기는 

빈속에 털어 넣는 소주처럼 짜릿하다

공구 먼지를 닦으며

가슴속 거미줄도 걷어낸다 

노동자 등줄기에 솟는 땀방울은

겨울 가슴이 뿜어내는 긴 호흡이다

노동현장의 거친 소리는

생기 돋우는 진솔함으로

상스런 음절에서도 사람냄새가 난다

아담의 짐에 눌려 갈라진 발꿈치처럼

결코 싫지 않은 먼지를 털고

마른기침 삼키며 돌아 선다

후미진 골목,

길과 맞닿은 창문불빛이 따듯하다

언 가슴 깊은 곳에선

빛알갱이 터지며 날개 돋는 소리. 

 

사랑하는 가람아!

오늘 하늘이 너무 이쁘더구나.

너도 보고 있을것 같아서 더 멋져보이더구나.

우리 가끔은 하늘을 보면서 여유를 즐기며 살자꾸나.

그럼

다음에 소식 전할께.

 

09.08.21

널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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