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편지

가람에게 보낸 편지

언어의 조각사 2009. 8. 19. 23:45

102보충대 입영소에

꽃들이 만발하다

 

가로막힌 철망,

월담한 나팔꽃이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촉수를 뻗는다

 

아들을 남겨두고

돌아서는 등뒤에선

매미가 목놓아 운다

 

염천 혓바닥을 늘어뜨린 춘천호도

시린가슴 어쩌지 못해

뒤를보며

뒤를 보며 지척지척 밀려간다

 

선그라스로 감춘 눈물

훔쳐보던 

강물의 얼굴에도 물비늘이 반짝인다

 

먹구름을 안고

하늘이 낮게 내려와 모로 눕는다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질듯

 

09.7.28

 

사랑하는 아들아

지금 이곳에도 매미소리가 하늘을 가를듯 따갑게 울려퍼지고 있구나.

폭염을 이기며 훈련받느라 고생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엄만 사무실에서나 운전중에 에어컨 틀기를 자제하며 널 그리워 했는데,

의무실에 있었다니 더욱더 안타깝구나.

 

엄마랑 아빠 그리고 바다공주는 잘 있단다.

아빤 네가 보구싶다시며 네게서 소식 없었냐고 자주 전화로 묻곤 하신단다.

그런데 너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야 하다니...

하지만 엄만 걱정 안할께

넌 건강하고 의지가 강하니까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물론 든든한 의료진의 힘도...

 

중현이가 엄마보다 먼저 카페에 접속해서

훈련병 조가람의 모습을 엄마 멜로 보내왔단다.

엄만 어제 네 편지받고 오늘에야 이 편지를 쓰고 있구..

역쉬~~

조가람답게 씩씩하고 멋진 모습이더구나!

엄마 블로그에 네 사진 올렸어

사복이 돌아오던 날의 네 편지도 올려 놨고.

엄마 시집 제목을 검색하면 엄마 블로그에 들어올 수 있어.

그곳에서도 인테넷 검색이 자유롭다면 들어오렴!

엄마가 널 의식해서 블로그를 공개해 놓았어.

 

낭중에 바다공주랑 지선이 사진도 올려줄께.

늘 그랬던 것처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로

세계를 네 가슴에 품고 가렴!

건강하게...

 

네가 집에 있을때

편안하게 해주질 못해서 미안하구나.

집안 걱정은 하지말고

훈련 잘 마치고

멋진 군인으로

든든한 엄마 아빠의 아들이자, 오빠가 되어주길 믿는다.

 

09.08.18

널 무지무지 사랑하는 엄마가

 

++++++++++++++++++++++++++++++++++++++++++++++++++++++++++++++++++++++++++++++

 

 

가람왕자님~~

 

무더운 날이구나!

지금쯤 훈련장으로 복귀했는지 궁금하구나!

아빠께 군복입은 네모습 보여드렸더니 흐믓해 하시더구나.

엄마의 눈으로 보아설까?

아무리봐도 울 왕자님이 젤루 잘생겼고 멋지니...ㅋㅋ

 

바다공주는 늦잠자고나더니 예쁘게 차려입고 독서실에 갔단다.

입실시간이 17시 04분이란 문자가 왔엉~~ㅠㅠ

나름 열심히 공부한다지만, 엄마눈엔 한심해보여.

집에오면 컴앞에서 친구들과 메신저하느라 바쁘고, 늦은 밤까지 문자를 주고 받고...

바다공주가 이걸보면  제 흉봤다고 삐치겠당~~ㅎㅎ

네방 컴퓨터가 고장나서 아직 사진을 못올렸어.

지선이한테 보내주라고 해야겠다.

엄마 시집제목 알고있니?

혹 몰라서 블로그에 못들어 올것 같아서 알려줄께~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버린다'

다음 검색창에서 검색하면 된단다.

보구싶구나!

가까이 있을땐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위안이 되었는데...

네가 군입대하고나니,

아빠 지방에 가시면 아라랑 엄마 둘만 지내자니 왠지 무섭고 허전하고 그렇구나.

문단속에 남달리 신경쓸 정도로...^^*

 

강과

바다

자식 이름을 물로 지을정도로 물을 좋아하면서도

올핸 가족과 함께 바다에 가보질 못했네.

너 군입대 전에 함께가려다 못간 것이 아쉬워...

면회 허락되면 지선이랑 연락해서 함께 가도록 할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렴!

 

09.08.19

널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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