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눈 물 꽃

언어의 조각사 2007. 6. 4. 18:25

눈 물 꽃 -나눔의 집에서-

                                 김 영 미

 

어스름 달빛에도 속살 부끄러워

옷고름 여미던 누이여

해거름 녘, 뒤란 뜰 소래기도

가슴 콩닥이며 여닫던 겁보였다네

검은 바람이 불어와 홀린 듯

사립문 박차고 현해탄을 건넜네

꽃잎보다 여린 맘 벌레 먹혀도

고향 뜰을 그리며 아픔 삭였네

꽃잎 떨어져 진흙에 이지러져도

손잡아 주는 이 아무도 없었네

낯꽃피던 누이 섧은 세월에 이울고

결 곱던 마음 생채기로 옹이졌네

한낮에도 별이 떨어지던 절벽에 서서

눈물은 캄캄 하늘 은하수 이루었네

영원토록 지지 않을 눈물꽃 피워내

세계가슴에 북을 울리네

0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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