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술잔

언어의 조각사 2007. 6. 2. 10:26

술 잔

                       김영미

 

술잔은 고해소다

찢긴 영혼을 어우르는 눈물

버겁던 하루를 내려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랑하는 이의 가슴이다

감로수 넘치던 축배는

심장을 태질하며

독배의 가면을 벗기도 한다

때론

시린 가슴 벽을 녹이는 용광로

그 벽에 뿌리 뻗은 성애다

켜켜이 묵은 마음찌꺼기,

가시 돋던 언어도 술술 풀어 주는

술잔은 고해소다.

0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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