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추모하며
김영미
청년 20년, 결혼 10년만에야
강보 속 핏줄 안고 어화둥둥 하시더니
소금 꽃 질 새 없어
헤진 저고리 흙투벙이 잠뱅이로
곡괭이 삽자루에 혼을 실어
채굴막장 걸어온 44년 세월
폐부에 스며든 먼지가 돌이 된 세월로
뿔뿔이 제 갈길 가며
노후는 신선처럼 영화롭길 바라는
육 남매의 기도는 허공에 뜨고
진폐증 멍에를 짊어진 당신은
조여 오는 숨 고통은 아랑곳 않고
자식들 가냐른 아픔을
더 큰 고통으로 여기는 사랑
아버지
가족 걱정일랑 훌훌 털어 버리고
*煉獄門 가뿐히 여시어
고단했던 짧은 생
보다 큰 상급으로 보상 받으소서
영원한 생명에의 믿음이 있기에
이 여식
서러운 마음은 잊겠습니다
고이 잠드소서
당신은 나의 영원한 버팀목 사랑입니다.
1998.6월에 장녀 영미 올립니다.
**煉獄門: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 죄를 씻기 위한 중간 문
(98년 6월 10일 이승의 연을 놓으신 아버지를 추모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