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낮 달

언어의 조각사 2007. 4. 24. 17:04

   

낮 달

                       김영미

 

 

빈 자궁에서

꽃잎이 떨어진다

 

그녀첫울음 삼키고 뿌리내린

오동나무 가지에 걸린 낮달

낯빛이 창백하다

 

목숨 끈 부여잡은 갈망

여물리지 못한,

X염색체란 이름으로 수채로 보낸

비정한 세월은 고리를 잇고

 

커튼 뒤로 숨은 남자는

제 어미 젖꼭지를 잊은 지 오래다

 

여자의 넋이

낮달의 입술에 어린다

꽃잎 벙글던 침상위에도

 

달빛아래 올리던

친정어미 치성은 낮달로 뜨고

 

득남 열망으로 허기진 가슴에

꽃잎은 사분사분 무덤을 만들고

낮달은 사륵사륵 여위어 가고

 

0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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