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독 도

언어의 조각사 2007. 6. 14. 10:20

독    도

                                  김영미

 

입술 한 번 스쳤다고 네 몸이더냐

가슴 한 번 품었다고 네 것이더냐

백년가약 잉꼬부부도

몸은 하나요

영혼은 각자의 것

파도가 

바람과 손잡고 거칠게 촐싹여도

나 돌섬은 흔들리지 않는다

연오랑 세오녀 사랑으로 굳어진 섬

삼국사기, 세종실록지리지에 쌓인 먼지로도

대마도를 덮고 섬마을을 이룬다

넋 나간 주인 뒷퉁수 후리듯

거센 파도 몰고 와

외벽 한 번 스쳐보고 소금꽃 피웠다고

나 독도는 네 것일 수 없단다

나는 돌섬

너는 파도

어울렁 더울렁 어깨동무 친구 되어

세계의 하늘 향해 호탕하게 웃어 보자.

200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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