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문학의 향기(공부방) 36

박경원시인의 시세계

문신 / 박경원 러닝셔츠 너머 박스를 나르는 사내의 어깨 근처가 심상치 않다 성깔 있게 붉어진 근육과 근육 사이 하트 모양에 담긴 사랑이란 글씨가 큐피트의 화살을 맞고서 부르르 떨고 있다 얹힌 짐짝에 눌려 그 사랑 다시는 추억할 수 없을 듯 그 사내 과거 속 사랑을 폭력처럼 혹사하고 있다 천천히 뭉쳐지다가 한순간 꿈틀댄다 비틀비틀 중심을 잡다가 우지끈 뒤틀린다 새겨진 박스 자국을 툭툭 털며 노끈에 눌린, 깨진 사랑의 부위를 몇 번이고 어루만진다 살 속 깊이 묻어야 할 추억의 영수증이라도 되듯이 유독 발달된 상체를 그 좁은 하트 속으로 구긴다 벌겋고 두드러진 사랑의 표피층에 물집이 고이기 시작한다 아기의 사타구니에 번진 습진처럼 붉은 연꽃이 핀다 곧 불타버릴 것 같은 저 사랑, 혹은 무늬만 사랑 아닐까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