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문학의 향기(공부방)

'한글날'은 '가갸날'이었다

언어의 조각사 2014. 11. 14. 06:26
우리나라는 자기 나라 언어를 가진 2,000여 개 민족 중 하나이고, 국어사전을 가진 20개국 중 하나입니다.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리라’는 주시경 선생의 말처럼 한글은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을 향한 민족적 자존심을 세워주었고 한류 문화가 꽃피는 21세기 한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국가 브랜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 10월 9일은 568돌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의 역사와 의미를 공감포토와 함께 되새겨볼까요?



‘가갸날’이 ‘한글날’이 되기까지



<사진(좌). 1954. 제508돌 한글날 기념식이 대한교련·한글학회 주최로 서울 풍문여고 강당에서 열렸다.>

<사진(우). 1972. 여주 세종대왕릉에서 거행된 한글날 기념식 현장>


국립민속박물관 세시풍속 사전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한글날이 처음 생긴 것은 한글이 반포된 지 8회갑(480년)이 되던 해인 1926년, 일제강점기 시절이라고 합니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억압에 눌려서 위축되어 있던 민족정신을 되살리고 북돋우기 위하여 한글날이 처음 생겨난 것이죠. 당시에는 9월 10일이 아니라 9월 29일을 한글날로 했는데, 『세종실록(世宗實錄)』 기록을 근거로 한 것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한글날의 이름이 ‘가갸날’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한글이라는 말이 보편화하지 않았고, 한글을 ‘가갸거겨……, 나냐너녀……’ 하는 식으로 배울 때였기 때문에 이와 같이 정해졌습니다. 이후, 한글날을 양력 10월 9일로 확정한 것은 1945년 우리나라가 광복되고 나서였고 1970년 대통령령으로 공포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관공서의 공식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휴일이 많아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경제단체의 주장 때문에 1990년 한글날과 국군의 날이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지만, 다시 꾸준한 논의 끝에 한글날은 2006년부터 다시 국경일의 지위를 되찾았고 2013년부터는 공휴일로 재지정 되었습니다. 2012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 천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 조사를 한 결과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에 83.6%가 찬성했다고 합니다.



15세기에 태어나 21세기에 화려하게 꽃피는 한글



<사진(좌). 1972, 서울 덕수궁 경내 세종대왕 동상>

<사진(우). 2009,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제막식>



<2008,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관광부 외벽의 한글 캠페인 메시지>


15세기 중반에 화려하게 데뷔한 한글, 하지만 당시 동아시아를 지배했던 한자의 강력한 힘에 밀려 곧바로 주류 언어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한글소설과 가사 등 다양한 문학작품의 표현양식으로, 그리고 세종대왕의 창제 의도처럼 국민들이 편하고 널리 소통할 수 있는 글자로서 역할을 유지해왔습니다.

일본어가 ‘국어’가 되었던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민족의 자존심이자 독립을 향한 정신적 기둥이 되어 주었던 것이 바로 한글이었습니다. 1908년 주시경 선생을 주축으로 국어연구학회가 창립되었고 1929년 조선말대사전 편찬을 시작하는 등 한글 근대화의 기초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글은 한국만이 아니라 모두가 아껴야 할 세계의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유네스코는 1997년 훈민정음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것을 넘어 개발도상국의 모어(母語) 발전 보급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시상하는 상의 이름을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21세기, 한글은 이제 문화콘텐츠 수출국이 된 한국의 국가 브랜드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정신문화 유산이 되고 있습니다.



한글날엔 ‘한글 나들이’



<2014,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실>

 


한글날, 소중한 국경일 휴일을 맞아 ‘한글 산책’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 어떠신가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작하는 한글가온길은 ‘한글중심길’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표현입니다. ‘새문안로 3길’과 ‘세종대로 23길’ 일대의 이 길은 한글 이야기뿐만 아니라 주시경 집터, 한글학회 등 다양한 한글관련 관광자원을 보유한 곳입니다. 길 곳곳의 한글 작품들을 찾아내는 한글 숨바꼭질, 한글 10마당 등 한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만날 수 있어 이야기가 있는 도심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편, 568돌 한글날인 10월 9일은 서울 용산에 지어진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하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한글 창제 전후에서 현재까지 한글의 상징성·역사성을 대표하는 자료 1만여 점을 소장한 국립한글박물관은 각종 전시를 통해 한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한글놀이터’도 마련되어 있는 데다 용산가족공원과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어 휴일의 가족 나들이로도 안성맞춤입니다. 작가와의 대화, 야외 체험전시, 학술대회, 특별전시 등 다채로운 개관행사에도 참여한다면 이번 한글날은 아마 조금 특별한 한글날이 될 것입니다.


 

참고 사이트

● 누구나 알아야 할 한글이야기 : http://www.mcst.go.kr/web/s_notice/notice/noticeView.jsp?pFlagJob=N&pSeq=8556

● 한글박물관 홈페이지 : http://www.hangeul.go.kr/

● 한글가온길 사진 보기 : http://me2.do/Fho77PIj

 

-조조님 블로그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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