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31회] 도산서원에 와서

언어의 조각사 2024. 9. 19. 08:24

도산서원에 와서/ 김영미

 

하회(河回)마을을 안고 도는 마음을
강은 우리보다 먼저 알고 있다
세월보다 먼저 광음(光陰)이
낡은 빗장 뜯어낸다

오행의 안쪽을 들어설 때마다
기의 흐름을 알아채는 것일까

 

먹물 빠지지 않은 오죽(烏竹)이
서원 곁을 지키는 봄날 한때

기억 뒤편의 선비 생애를 따라 서성인다
그 시절 젊은 선비와 나누던 서신들과
정처를 찾지 못한 연못의 잉어는
꼬리가 물 밖을 향해 있었을 거다

 

태극의 흐름보다 강물의 흐름으로
사람 형태의 기를 받드는 일
하늘의 높이와 땅의 깊이를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강당의 열기는 용마루를 뚫고 용머리를 처들어서
용트림으로 갯버들을 휘감았을까

 

사람의 도가 하늘이요
사람 노릇을 해야 사람이라는 가르침
과거장 시제는 아직도 남아있어
서원의 현판보다 빛나는데

퇴계 선생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무엇이 보이는가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된다

 

[시작메모]

- 한가위와 함께 하회마을로의 여행

2022년 가을, 경기도 광주문인협회 회원들과 문학기행을 다녀온 안동의 하회 마을은

바람도 고문서를 넘나들어 묵향이 배어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퇴계 이황 선생의 학덕이 깃든 ‘도산서원’에 매료되었다.

 

이황 선생은 조선 중기 주자성리학을 심화, 발전시키며 많은 저서를 남긴 유학자로만 알고 있었다.

성균관대사성으로 임명되고 여러 차례 벼슬을 제수 받았으나,

대부분 사퇴하고 도산서당을 짓고 독서, 수양에 전념하면서 많은 제자를 양성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황의 성리학은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으로 이(理) 우위론적 철학은

이성에 의한 적극적 실천을 강조한 학덕을 존중하여

선조는 당대 최고의 명필 한석봉에게 글씨를 쓰게 하여 도산서원의 현판을 하사 했다고 한다.

 

물이 돌아 흐른다는 하회(河回)마을은 낙동강이 감싸고 있어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이후 세계적인 명소가 된 하회마을은,

한국건축의 전통미와 조화로움으로 눈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었다.

특히,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한국 전통 마을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어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명소라고 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자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밤을 밝혀주는 보름달처럼 풍요롭고 행복한 한가위가 되길 바라며,

하회 마을로의 여행을 제안 해 본다.

 

▼ 경북신문[아침을 여는 ] 가는 길

[아침을 여는 詩] 도산서원에 와서 - 경북신문 (kbsm.net)

 

▼ 골프타임즈 가는 길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31회] 도산서원에 와서 (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