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20회] 추억에 젖은 밤

언어의 조각사 2024. 6. 22. 18:44

- 아픔도 향기로 건네는 마법사, 추억

 

세상의 모든 사연 속에는 태양이 떠나보낸 심부름의 의미처럼

우리를 태연하게 옛 추억으로 승화시켜 주곤 합니다.

그래서 추억은 때로 눈물의 미로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애잔한 그리움과 무중력의 향수, 방황이 동행하는 업보 같기도 합니다.

오늘의 냄비에는 추억과 방황을 꾹꾹 눌러 넣고 불을 지펴봅니다.

관성 밖에서 떠돌던 이별은 눈물의 곡절을 뒤적이다가 마침내 향긋한 기억을 뭉글뭉글 피워냅니다.

자신보다 더 먼저 와 있는 귀소본능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일지도 모르는데,

방황은 망각의 퇴적물이 된 여행의 끝에서 늘 서성입니다.

 

 

추억에 젖은 밤/ 김영미

 

낡은 방파제가 보이는 창가에서
지난 여행이 회상에 접힌다

 

밤의 공터로 마실 나온 별들이
그대 눈망울에서 빛나던 날
한낮의 열기를 식히던 맹골도는
잠들 수 없는 이야기로 울렁거렸다

 

떠난 그대를 별자리로 호명하면
멀리 유기된 기억의 파편이
그날의 불빛을 가늠케 하는 밤

 

잠시 덥히다 만
파도의 잔영에 밟혔음일까
몇 줌 흘려 넣는 여독의 일부가
소주잔 속 투명한 사연에 엉키고

 

그 밤을 가로질러 온 별
바다는 눈물로 일렁인다

 

지상의 것이 아닌 과거를 들추듯
맞잡을 수 없는 옆자리의 공허
어깨부터 흔들리고 있다

 

빈 의자를 마주한 그림자가 접히고
웅크린 가슴에 남은
이별의 악몽은
달빛이 쓸쓸하게 어루만진다

 

▲ (삽화=박소향) ▼ 골프타임즈 가는 길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20회] 추억에 젖은 밤 (thegolftimes.co.kr)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20회] 추억에 젖은 밤

[골프타임즈=김영미 시인] 세상의 모든 사연 속에는 태양이 떠나보낸 심부름의 의미처럼 우리를 태연하게 옛 추억으로 승화시켜 주곤 합니다.그래서 추억은 때로 눈물의 미로에서 마주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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