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22회] 의림지에서

언어의 조각사 2024. 7. 8. 20:39

- 한 시대가 가고 또 와도 저수지는 영원하다

 

의림지에서/ 김영미

 

패랭이꽃 가파른 의림지에 오르니
낮은 곳을 헤매던 바람이
자줏빛 휴식에 들어 물은 고요하다

 

아예 구름에게 돌아가
고요의 의궤儀軌를 쓰는지
미동도 없다

 

물을 쌓는다는 것은
구름에 대한 책무일까
한 나라의 성덕일까

 

가난의 슬픔을 승화시키려
역사 속에 숨어서 비를 맞거나
우륵이 쌓고 정인지가 보수했다는 
견고한 둑길을 걷는다

 

바람이 흔들고 간
저수지 갑문을 들여다보며 
솔빛 젖은 의림지에서
백성을 살피던 마음을 읽는다

 

물 고인 자리에 구름 들고
구름 지나는 자리

저수지 물빛이 내 그림자를 품는다

하늘은 가슴 열어 누리를 적시고

 

 

-의림지는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이다. 삼국사기, 고려사, 세종실록 등에 기록된 수리시설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아름다운 정자 등 전통적인 시설물과 인공폭포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수려한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명승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상대를 향한 자석이 있듯이, 그 끌림이 선한 인연을 쌓든, 악연을 쌓든 차후에 이어질 덕목일 것이다.

여고 시절부터 아름다운 인연으로 우정을 나눈 친구가 제천에 살고 있어서, 의림지는 나에겐 추억이 많은 곳이다.

사람은 서로 만나야 정이 들고, 자연 경관은 보존과 유지를 잘해야 명승지가 된다. 우리의 삶도 때로 비가 오고 꽃이 지고 피는 삶의 격랑을 거치면서,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세월의 화두를 견딘다.

좋아하는 제천의 의림지는 볼 때마다 노송과 버들이 늘어진 수려한 경치를 열어 넉넉한 품으로 나를 반긴다.

 

삽화=박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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