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18회] 구름의 서사시

언어의 조각사 2024. 6. 20. 15:32

- 장마는 구름이 쓰는 거대한 서사시

▲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김영미 시인] 세계는 지금 각종 전쟁의 소용돌이로 뜨겁다.
이념과 종교, 이권의 엇박자로 인한 국지전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 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각양각색의 난재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분단국가인 우리는 특히 유월이 오면 숙연한 마음으로 호국 영령들을 생각한다.

지상에서는 부주의한 창들을 잠그고,

새들은 작은 칩거 속에 또 모습을 감추고 무능한 부리를 기억 속에 묻고 있는 유월.

우리는 서로의 이념만이 옳다고 논쟁하다가 조국의 운명을 암울하게 했다.

아직도 분쟁의 불씨는 상생의 혈맥을 짓누르고 있는, 가슴 아픈 유월이다.

 

 

구름의 서사시/ 김영미

 

유월은 새들조차 귀를 닫는다


골방에서 쓰다만 편지지에
뒤늦은 비의 추신을 적고 있거나
곰팡이 사생활을 들춰 보던 은신의 날들도
손전화 속 무음으로 잠근다

 

불시착한 구름이 수시로 드나들던
거리 저쪽의 우산들
숙연하게 달리는 차들은 조등을 밝힌다

 

호국영령 날개를 접은
지상의 날들이 침묵하는 사이
새는 진즉 떠났고
밤새 서성이던 걸음을
빗소리에 새겼을 장마는
고단한 태양을 재우는 경전이다

 

젖은 길목에서 비의 추신을 들추자
침묵하던 문장들이 날개를 퍼덕인다

푸른 선혈로 고국 산야를 적시던
그 날의 서곡처럼|
분단의 벽을 타고 흐른다

 

골 깊은 이념의 봇물 터놓을 듯
하염없이 내리는 비
땅을 적시기 전에
하늘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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