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김영미
푸른 잎이 가시가 되기까지
모래와 바람의 써레질
태양의 화살을 얼마나 받아야 했을까
길게 빠져나온 가시에
사막이 가득 차 있을 거다
낙타의 여정을 달구며
태양 속으로 뻗어가는 가시의 힘
사막의 길이 된다
뿌리 깊은 푸른 꿈
물관을 가로질러 이곳에 닿았음일까
사막을 건너온 어머니 얼굴에
저승꽃 피었다
선인장 가시처럼 야윈 주름은
자식들이 휘두른 상실의 상처일까
낙타의 발굽처럼 단단한
고난의 세월에 바랜 가슴
소금 사리로 응어리졌을 거다
그 힘으로 자식들은 길을 잃지 않고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는다.
[시작메모]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어르신들,
‘노인이 삶을 등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거다’라고 하지요.
격동의 세월을 겪으며 터득한 삶의 지혜와 연륜의 결과를 높이 평가한 말이겠지요.
부모님들의 삶을 생각하면 눈물겹도록 존경스럽습니다.
지금 세대들은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지만,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삶은 돌볼 겨를도 없이
희생만 하느라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입니다.
노후 자금이 마련되었어도 자식들이 손 내밀면 아낌없이 내어 주는 삶.
2014년 7월에 쓴 일기장에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부모님은 결혼 후10년 동안 자식을 못 낳는다는 족쇄로
대가족의 농경사회에서 온갖 집안일과 궂은일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까지 큰형님 댁에서 형제들과 함께 살았다고 하니,
남들보다 10년은 늦은 가정 경제를 책임지며 힘든 삶을 사셨습니다.
질곡의 세월을 견디며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모든 부모님과 어르신들께 고마운 마음으로 사랑의 절을 올립니다.
▼ 골프타임즈 가는 길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19회] 선인장 (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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