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 따뜻한 누군가가 그리웠을 수많은 밤
노숙자/ 김영미
빛들의 사각지대
희망이 엿볼 수 없는 곳에
사내 하나 멈춰 있다
아침 출근길 혹은
저녁의 분주한 약속들의 저지대를
몇 모금의 알콜 몇 줌 절망을 덮고서
긴 수면 속을 뒤척인다
도시의 모퉁이에서 주워 온 절망이
덜 탄 담배꽁초를 만지작거리며
낮과 밤이 중단 된 후 미진 안쪽을
성지처럼 지킨다
그의 출처도 처음부터 지하의 주소는 아닐 것이다
크고 작은 주말이 종교였으며
달력의 날짜들은 오래가지 않아
추억으로 바뀌던 시절
해바라기가 없었다면 공중의 햇살들은
어디로 몰려가서 실낙원을 쓰고 있을까
햇살은 또다시 원죄를 덮고서
해바라기에게 돌아올 것이다
저 사내도 분명 서풍이 불었거나
아내의 생일이 잘 보이는
달력의 날짜 속으로 출퇴근 했을 것이고
지금 도시는 미지수다
[시작메모]
-희망의 빛을 찾아
한 때 사막의 길을 떠올리며 해바라기의 길을 걸었습니다.
태양의 종교가 해바라기에 머물지 못하는 그 오랜 나날을 헤매다 바라본 노숙의 밤.
어쩌면 그 노숙자는 고뇌와 방황의 틀을 벗어나 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을지 모릅니다.
까만 점성의 날들을 가슴에 품은 태양의 밀실에서
그 사내도 희망의 빛을 찾아갔기를 바라는 마음 뿐, 더는 그 심중을 가늠해 본다는 건 위선일 수 있습니다.
위악은 자신의 빚이 되지만 위선은 타인에게 빚이 많은 것.
세상의 프레임에 갇힌 우리 모두가 노숙자입니다.
극단적인 상황의 벽 앞에서 막막할 때에 손잡아 주고
지치고 아픈 마음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외로운 노숙의 밤은 없을 것입니다.
가슴 따듯한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이겠지요.
▼ 골프타임즈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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