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안보 문학기행>을 들춰 보다/ 김영미
쉼표와 구두점이 있는 시월의 초입에 문학기행을 떠나는
광주문협 문사들의 설레는 마음을 아는지 햇살은 곱고 바람은 청량했다.
2023년 10월 7일, 광주문인협회 회원들은 <통일안보 문학기행>을 주제로
2대의 관광버스로 연천군을 향해 광주시청 주차장을 출발했다.
파주시에 있는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동아시아에서는 아슐리안형 뗀석기가 발견되지 않아
모비우스(Movius)등의 학자들이 '구석기 문화 이원론'을 주장하던
고고학 학계를 완전히 뒤엎은 곳이라 꼭 가보고 싶던 곳이다.
하지만,
짧은 일정으로 아시아의 문명을 빛낸 돌도끼가 발견된 그 선사유적지를
지나쳐야 하는 아쉬움을 아는 듯 율무와 콩밭이 어우러진 파주의 자연경관은
차창 밖에서 아름다운 자태로 走馬看山하는 우리를 달래주었다.
재인폭포로 향해가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주상절리와
꽃밭과 조경으로 조성된 한탄강 지질공원은
연천군이 미래관광 도시가 될 거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연천의 특산물인 콩으로 빚은 두부 전골로 점심을 마치고,
수레울아트홀에서 북한의 열약한 철도에 관한 강의를 들으며
통일을 향한 염원의 부싯돌을 퉁겼다.
한탄강 유네스코 지질공원 인증을 기념하며 연천군수님의 환영 인사와 함께
에코백에 담아주신 쌀(백학고래실쌀) 등의 선물을 안고서 태풍전망대로 향했다.
관광버스 두 대가 울창한 숲 사이로 비좁은 도로를 곡예 하며 오르는 저 숲은
곧 퇴락의 길로 들어서며 막바지 열정을 뿜어낼 것이다.
바람과 햇살이 인색해지고 은단처럼 작아진 태양이 분단의 가슴앓이를 하는 무한의 고요,
그곳에 태풍전망대가 있었다.
그곳에서 동강 난 한반도를 바라보면서 민족의 정기가 단절된 역사를 실감하면서
한반도가 세계열강들의 장기판에서 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제 삼의 시각으로 본다면 치졸한 이기심의 아이러니일 거라는 아픔을 느꼈다.
먹먹한 가슴을 안고 우리는 <시인과 종자박물관>으로 향했다.
시화와 시비로 조성된 정원과 종자박물관을 관람하며
‘한 민족의 흥망성쇠는 식물 종자와 사람의 가슴에 심어진 문화의 씨앗이 좌우한다’라는
교육지표로 “하늘은 인간을 채찍으로 길들이지 않고 시간으로 길들이고 있다”는
신광순 관장님의 信과 無에 관한 철학적인 실존강의를 들으며
문학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단단하게 쟁였다.
질경이들이 낮은 풀빛으로 사유의 보폭을 가르쳐주는 오후,
푸른 그을음들과 낮은 곳의 풀씨들이 더 높은 곳의 질서를 넘겨다보는 너른 잔디밭에선
10월21일에 개막할‘파주 개성인삼축제’를 예열하면서 인삼요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광객과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맛본 인삼 튀김은 가족들과 다시 찾아가서 함께 먹고 싶은 맛이었다.
이번<통일안보 문학기행>은 함께여서 즐겁고 더불어 행복한 문학기행이었다.
우리는 근대화라는 무한승차를 가장한 여행 속에서
너무 많은 내면의 가치를 지급하고 하차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망각의 퇴적물이 될 추억일지라도
지난날을 회상하면 그때가 전성기의 감정들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의 이 순간은 먼 훗날의 꽃이 될 것이다.
그 행복한 추억을 소환할 수 있도록 멋진 작품을 선물해 준 김삼복 사진작가님과
치밀한 계획과 준비로 행사를 빛내주신 광주문인협회 김한섭회장님,
그리고 운영진의 노고에도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회원님들의 빈자리가 아쉬웠지만,
다음 행사에는 모두가 함께할 것을 믿으며
모든 회원님 덕분에 광주문인협회는 더욱 발전하는
문학인의 든든한 보루가 될 거라는 희망의 빛을
행복한 마음으로 되새김하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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