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랑방

세번 째 스무살

언어의 조각사 2023. 5. 6. 22:52

'꿈'이라고 발설하면 그 유효성이 사라지는 속성 때문일까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빼곤 더는 기억하길 거부하며 살아왔는데,

어느덧 나에게 환갑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나 붕어빵 속엔 붕어가 없다는 나의 리얼리즘 속엔

어쩌면 더 많은 꿈이 자생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꿈을 분실하고 살면서 감쪽같이 나와 동행하던 삶의 분신임을 잊고 살았는데...

오늘은 그 분실의 분량이 

현실적 삶의 벽에 눌러 붙어 보이지 않았던 꿈의 잔영이라고

행복지수를 높이며 야광처럼 빛나는 날이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스스로의 삶을 단단하게 적립한 딸은

든든한 사위와 귀한 손녀와 함께,

가난한 부모로 인해 꿈을 포기한 줄 알았던 아들은

더 멋진 포부를 가슴에 품고서 여자친구와 함께 

맛 집을 물색해서 정성스레 회갑파티를 열어주었다.

어여쁜 손녀와 함께 촛불을 끄는 순간,

환시를 벗어난 꿈이 이렇게 행복하게 삶을 밝히는 것임을 알았다.

저수지 둑 위,

이승의 그리움으론 헤아릴 수 없는 가파름 속에서

패랭이꽃이 무시로 가벼워지는 것도

꿈의 무중력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하여 꿈의 원천은 내 주위를 감돌며

사랑으로 지켜준 가족이었음을 ,

세 번째의 스무살에 알게 된 것이다.

 

 

회갑이라고 했다.

아들과 딸이 마련한 축하연

남편은 순금 1.2냥, 동생들이 백만냥, 사위와 아들이 준 두둑한 봉투...

'그룹명 >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번 째 스무살 즐기는 법  (4) 2023.07.19
초대합니다  (0) 2023.06.01
시래기  (0) 2023.04.12
종합문예지 <착각의 시학> 창간 10주년  (0) 2023.03.27
삼천갑자 동방삭 이야기와 계묘년 사자성어  (2) 20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