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랑방

종합문예지 <착각의 시학> 창간 10주년

언어의 조각사 2023. 3. 27. 21:44

2023년 3월 25일 서울 남산 문학의 집에서 <착각의 시학> 창간 10주년 행사가 열렸다.

나는 초대시 낭송자로 이승하시인(중앙대교수)의 시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를 낭송했다.

이승하시인 앞에서 낭송하자니 설렘을 앞선 긴장감이 엄습했지만,

시인의 시심 속으로 들어가 그 심중을 풀어내는 심정으로 낭송했다.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 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다음에도 이승하시인님의 시를 낭송해 달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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