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5일 서울 남산 문학의 집에서 <착각의 시학> 창간 10주년 행사가 열렸다.
나는 초대시 낭송자로 이승하시인(중앙대교수)의 시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를 낭송했다.
이승하시인 앞에서 낭송하자니 설렘을 앞선 긴장감이 엄습했지만,
시인의 시심 속으로 들어가 그 심중을 풀어내는 심정으로 낭송했다.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 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https://attach.mail.daum.net/bigfile/v1/urls/d/K-M8xl3sSZ-Ks4iRuVdcARI10zU/B_xW0KFLW6aswahMFpdjNA
'그룹명 >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번 째 스무살 (0) | 2023.05.06 |
---|---|
시래기 (0) | 2023.04.12 |
삼천갑자 동방삭 이야기와 계묘년 사자성어 (2) | 2023.03.24 |
12월의 광주시 우먼리더스 (0) | 2022.12.15 |
문학상 받은 날 (0) | 2022.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