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양식 / 김영미 체칠리아
봄날에 못다 낸 헌금이 궁금해
성당 근처를 산책한다
5월, 말씀이 될 열매를 찾는다는 건
햇살을 어기는 일이거나
또 다른 고행을 택해야 한다는 걸, 나는 안다
그렇다면 나는 햇살이 성서를 들렀다가
지상으로 온 것을 승복하는 것인가
가끔씩 내 새벽녘의 고난을 만나기 위해
성당 근처를 서성인다
겨울의 산수화와 덜 붉은 말씀들이
회개하라 회개하라고 했던
그 많은 계절의 페이지 속을 헤맨다
헌금은 내 이름의 가장 어두운 원죄가 올리는
햇살들의 방언이 될 것이다
오전 10시의 새들은 날아오를 것이고
또 다른 양식을 찾기 위해서
5월의 장미 속으로 걸어갈 것이다
2022년 5월 28일
성모의 밤을 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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