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그늘

언어의 조각사 2022. 5. 23. 10:20

 

그늘/김영미

 

그늘/김영미

 

몇 개의 사과가

햇살들의 낙원을 외면한 채
만유인력을 툭, 떨어트렸다

봄날,

벌들의 계획이 무너진 것이다

어차피 봄에 꿈꾼 것들은

가을이 되어

생의 낮은 가장자리에서

그리움을 밀쳐내고

그늘로 돌아가는 법,

몇 날의 만유인력을 떨군

가을 나무 밑에는

지상의 아버지가

지친 그늘 하나 펼치고 있다

 
22.05.23
 

사진제공: 김삼복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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