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
땅 위의 꽃과 나무를 향기롭고 화려하게 물들이는 생명의 힘은 지하의 어둠 속에서 익어간다.
삶의 어둠과 그늘 역시 언젠가 되돌아올 생명의 귀환을 예비하는 시간이다.
오래전 사랑의 여신과 그의 아름다운 남편이 그러했듯 우리 역시 밝은 대낮과 어두운 그늘을 오간다.
삶의 신비는 밝은 대낮과 어두운 밤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세상의 모든 생명을 키우고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기억하시라, 당신의 슬픔과 그늘 속에 언젠가 화려하게 꽃필 아름다운 봄날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글 김융희 미학자
고대 지중해 지방에서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아도니아’라는 축제를 벌였다고 한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청년 아도니스를 기리는 축제다.
향기로운 몰약나무의 아들이기도 한 이 아름다운 남자는 두 여신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저승의 여왕인 페르세포네가 아도니스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이 싸움에서 이긴 것은 아프로디테였지만 여신은 마음이 늘 불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도니스는 멧돼지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도리어 멧돼지 뿔에 받혀 죽고 만다.
지하세계의 여왕이 그를 데려가버린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죽은 아도니스를 품에 안고 통곡하며 운명의 여신을 비난했다. “그들의 승리는 한 번으로 끝났다. 그러나 나의 슬픔은 그냥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아도니스여, 네가 죽고 내가 애통해하는 광경은 매년 달라질 것이다. 너의 피는 꽃으로 변할 것이다. 누구도 이를 시기하지 못하며 누구도 이를 빼앗지 못할 것이다.”
아도니스의 피가 흐른 땅에 꽃이 피어났고 여신은 이 꽃을 아네모네라 불렀다. 아네모네는 ‘바람’을 뜻하는 ‘아네모스’라는 말에서 나왔다.
아네모네는 변덕스런 봄바람에 금세 활짝 피었다가 바람에 다시 져버리는 ‘바람꽃’을 뜻한다.
바빌로니아의 신화 아도니스 이야기
두 여신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는 아도니스의 이야기는 원래 지중해의 오른쪽에 있는 바빌로니아 지방에서 유래한 신화다.
바빌로니아 지방에 많은 사람의 숭배를 받던 이시타르라는 이름의 여신이 있었다.
이시타르 여신은 사랑과 풍요의 여신이면서 동시에 전쟁의 여신이기도 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이 여신을 하늘의 여왕이라 불렀고 밤하늘에 맨 처음 밝은 빛을 내며 떠오르는 샛별을 여신의 상징으로 보았다. 이시타르 여신은 하늘의 빛이었으며 지상의 모든 생명을 생겨나게 하는 어머니 여신이기도 했다.
어느 날 이 여신의 어린 남편이었던 탐무즈 신이 지하세계로 사라져버린다. 지하세계는 이시타르의 여동생인 에레시키갈이라는 여신이 다스리고 있었다. 탐무즈 역시 두 여신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모양이다.
이시타르는 남편을 찾으러 지하세계로 내려가기로 마음먹는다. 이시타르는 아프로디테와 달리 무척 용감하고 대담한 여신이었다. 온갖 장신구로 한껏 멋을 부리고 지하세계의 문 앞에 당도한 여신이 문을 열라고 호통을 쳤다. 지하세계의 문지기가 가로막자 문을 열지 않으면 문을 부수고 들어가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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