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내 마음의 거울이다.
Ⅰ. 서 론
시는 우리 마음의 거울이다. 시에 녹아있는 삶의 희노애락은 독자의 마음에 전이되어 내면의 심성을 순화시킨다. 시는 세상을 담고서 시인의 가슴을 통해 우리에게 심미안을, 교훈과 간접적인 경험으로 삶의 여유를 주기도 한다.
손택수시인은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의 유년은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자연과 더불어 냇물과 산을 놀이터 삼아 자란 시인의 어린 시절이 지금의 시인을 있게 하지 않았을까싶다. 부산으로 이사 온 후 향수병을 심하게 앓았다고 하니 고향을 향한 시인의 정서가 애틋하다. 시인은 삶의 매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예민함과 세밀한 감각과 치밀한 관찰력으로 생의 뒷면까지 차분히 응시하며 질곡한 삶의 진경을 표현했다. 섬세한 감수성과 서정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시세계를 보여준 손택수시인은 가족은 물론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어마다 따듯한 생명력이 있다.
손택수시인은 1970생으로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다. 시집으로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등이 있고, 신동엽 창작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임화문학예술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은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실천문학사’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불면증과 위장질환, 경영인으로서 고군분투하던 시인은 마흔 중반의 나이에 시집《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를 출간했다. 시인의 감수성과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순수한 감성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이 시로 잘 승화된 시집이었다.
Ⅱ. 본 론
1.《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시집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동기
우선 시집의 제목이 시적 은유가 빛나서 좋았다. 그리고 손택수시인의 1998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시 「언덕위의 붉은 벽돌집」에서 “만져도 녹지 않는, 꺼지지 않는 불을 새벽이 오도록 빈 벽돌 속에 詩를 전하며” 란 구절에서 나는 숨이 멎을 것 같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당시 경제적인 혼란 속에서도 내 생의 흔적으로 자식들에게 詩한편 남겨두고 싶은 열망으로 시를 습작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망설임 없이 손택수시인의 시집《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를 내안에 담아보기로 한다.
2. 시집의 수록작품 중 좋은 시
1) 살구나무 그림자가 바위를 미는 동안(P 72∼73)
2) 수묵의 사랑(P 78∼79)
3) 녹슨 도끼의 시(P 12∼13)
4) 네 소리를 훔쳐 듣는다(P 24∼25)
5) 손바닥을 파다(P 102∼103)
6) 물속의 히말라야(P 30∼31)
3. 선택한 작품을 대상으로 시집 감상문 작성
「살구나무 그림자가 바위를 미는 동안」
“그동안 저는 마당에 비질을 하고, 맑게 갠 귀퉁이에 살구나무 그늘이 밑동의 바위를 미는 걸 지켜보렵니다. 나무가 일다만 바위귀에 툭, 모래알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하루”-「살구나무 그림자가 바위를 미는 동안」 -일부
하, 얼마나 절묘한 묘사인가? “바위는 외로우면 금이 가고, 쩌억 저라도 쪼개 마주하고 싶은 것일 까요”
가슴이 쿵, 내려앉는 적막한 고요입니다. 정호승시인은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고 했는데 아마도 시적 화자는 노동의 혼곤한 굴레 속에서도 빛을 향한 고독을 뼛속까지 느껴봤으리란 생각을 한다. 삶에 의해 고립된 외로운 모습이 참담함을 초월해 고결함으로 가슴에 스며든다. 살구나무 그림자를 통해 우주가 내안에서 열리고 있다.
네 숨소리를 훔쳐듣는다 / 손택수
담장을 허무는 대신 나는 담장을 수리하겠다
탱자 울타리 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어보아라
가시와 가시 사이에서 새들은 노래를 한다
심드렁해진 너와 나 사이에는 저런 경계라도 좀 있어야겠다
담쟁이넝쿨을 좋아하는 너를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대로보단 골목길을 어슬렁거리길 좋아하는 나의
소심한 산책을 위해서라도
맞댄 등을 절벽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어린 날 새 학년이 되어 만난 여자짝꿍 책상위에 금을 그어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악동으로라도 돌아가볼까
결혼 십년째 여전히 곰팡내 나는 나를 신랑이라고 부르는 아내여,
식장을 걷던 날의 두근거림을 간직하고 싶은 나의 신부여
기교는 슬프다 기교가 무너진 자리에 남는 고독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서
말을 섞고 몸을 섞고 숨결을 나누지만
너의 눈 속으로 들어간 지 너무도 오래되었구나
어쩌면 나는 네가 아닌 한에서만 겨우 너,
한밤에 아파트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누군가의 울음소리처럼
뻣뻣한 금 앞까지 바짝 다가앉아 네 숨소리를 훔쳐듣는다
「네 소리를 훔쳐 듣는다」 전문
“탱자울타리 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나와 너 사인엔 저런 경계라도” “맞댄 등을 절벽으로 삼아보면” “여자짝꿍 책상위에 금을 그어놓고 ” “결혼 십 년째 여전히 곰팡내 나는 나를 신랑이라고 부르는 아내여, ” “뻣뻣한 금 앞까지 바짝 다가앉아 네 숨소리를 훔쳐듣는다”
삶에 부대끼던 아내의 잔소리가 새소리라는 이미지로 전환된 듯 명쾌하다. 부부사이에도 때론 서로를 경계하고 어쩔 수 없는 벽이 생기곤 한다.
탱자 울타리 속에서 지저귀는 새와 곰팡내 나는 나를 신랑으로 불러준다는 시적대비묘사가 정감 있고 신선하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벽과 부부사이에 놓인 뻣뻣한 금을 시로 승화시킨 손택수시인의 인간미가 가깝게 느껴진다. 시인도 범부일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낯설지 않아서 친근하다.
「수묵의 사랑」
“이대로 굳어질 순 없지” “먹향은 품은 그대로 술렁이고 있는”으로 표현했듯 결국 시인은 시혼의 부싯돌을 퉁기며 삶의 터전에서도 맑은 영혼을 향해 두레박을 드리운 채 번지며 스며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맑은 시혼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때론 용광로 같은 뜨거운 열정으로 불순물을 걸러낸 시인의 담백하고 순수한 영혼이 창호지에 배어드는 새벽공기처럼 나를 정화시킨다.
녹슨 도끼의 시
예전의 독기가 없어 편해 보인다고들 하지만
날카로운 턱선이 목살에 묻혀버린
이 흐리멍덩이 어쩐지 쓸쓸하다
가만히 정지해 있다 단숨에 급소를 낚아채는 매부리처럼
불타는 쇠번개 소리 짝, 허공을 두 쪽으로 가르면
갓 뜬 회처럼 파들파들 긴장하던 공기들, 저미는 날에 묻어나던 생기들
애인이었던 여자를 아내로 삼고부터
아무래도 내 생은 좀 심심해진 것 같다
꿈을 업으로 삼게 된 자의 비애란 자신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
닦아도 닦아도 녹이 슨다는 것
녹을 품고 어떻게 녹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녹스는 순간들을 도끼눈을 뜬 채 바라볼 수 있을까
혼자 있을 때면 이얍, 어깨 위로 그 옛날 천둥 기합소리가
저절로 터져나오기도 하는 것인데, 피시식
알아서 눈치껏 소리 죽인 기합에는 맥이 빠져 있기 마련이다
한번이라도 꽉 짜인 살과 살 사이의 틈에 제 몸을 끼워맞추고
누군가를 단숨에 관통해본 자들은 알리라
나무는 저를 짜갠 도끼날에 향을 묻힌다
도끼는 갈고 갈아도 지워지지 않는 목향을 그리워하며
기꺼이 흙이 된다
뒤꿈치 굳은살 같은 날들 먼지 비듬이라도 날리면
온몸이 근질거려 번쩍 공중으로 들어올려지고 싶은 도끼
「녹슨 도끼의 시」 전문
이 시에서는 나이 듦에 대한 화자의 깊은 성찰과 가장으로서 짊어진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날카로운 턱선이 목살에 묻혀버린”과 “애인이었던 여자를 아내로 삼고부터”에선 시인으로서의 삶이 아닌 생활인으로 안착해야만 했던 가장의 고뇌가 스며있다. “꿈을 업으로 삼게 된 자의 비애란 자신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 시인은 현실에 안주하면서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삶을 관조하듯 돌아보는 모습이 자조적이지만 현실적이다.
시인은 나이가 늘어나는 것에 대하여 ‘도끼’라는 도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단순한 농기구인 녹슨 도끼를 통해 자신의 느슨해지는 삶을 투영시킨다. 도끼는 “불타는 쇠번개 소리 짝, 허공을 두 쪽으로 가르면” “가만히 정지해 있다 단숨에 급소를 낚아채는” 날카로움이 있고, 살아온 세월과 함께 나이 듦에 관한 표상을 ‘녹’으로 자연스럽게 도입시키는 노련함이 신선하다.
현실과의 잦은 타협하는 삶으로 인해 무뎌진 시심은 ‘녹’을 품고 꿈을 향해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시인의 고뇌가 엿보인다.
아직 남아있는 열정은 “번쩍 공중으로 들어올려지고 싶은 도끼” “저미는 날에 묻어나던 생기들”이 중년의 고독과 삶의 공허함을 젊은 희망으로 승화되어 삶에 대한 시인의 진솔한 고백이 중년의 여심을 흔들고 있다.
녹이 슨 도끼 역시 노동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제 몸에 남은 “목향을 그리워하며 기꺼이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회귀적 전환 역시 긍정적이다.
시인은 전통적인 서정시를 초월해 도회적인 삶과 체험을 바탕으로 노동현장의 애환을 예리한 감각과 세밀한 관찰력으로 생의 뒷면을 차분히 응시한다. 자연의 섭리와 삶의 이치를 농밀한 언어와 폭넓은 은유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그의 시는 그래서 더 치밀하고 정교하다.
시인은 냉엄하고 거대한 도시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보여준다. 「물속의 히말라야」 「탕자의 기도」 「돼지껍데기 젖꼭지를 물고」「쇠똥구리별」 「김밥 한줄 들고 월드컵공원 가는 길」에서 현실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부대끼며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도회적인 삶을 시적 소재를 통해 보여준다.
어쩌면 시인에게는 타향살이였을 도시인으로서의 비애는 현실에 동화되어가는 생활인이 아닌 시인의 삶을 살고자 애쓰던 자신의 아픔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련한 추억이 서린 고향과 가난한 가족사를 시적 출발점으로 삼아온 시인은 「네 숨소리를 훔쳐듣는다」 「김수영 식으로 방을 바꾸는 아내」에선 “결혼 십 년째 여전히 곰팡내 나는 나를 신랑이라고”하며 아내를 향한 사랑을 은근하게 보여준 시적 묘사가 정겹다.
「거미줄」「풀잎 지게」「바람과 구름의 호적부」「정선아리랑」에서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정을 표현한 애틋한 모습이 따듯하다. 특히 「바람의 호적부」에서 그리움이자 원망의 대상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사망신고를 미루고 미루면서”시인은 자신의 모습이자 근원인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사람들이 왜 아버지를 ‘어이, 전라도 하와이’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라고 「전라도 하와이」 에서 아버지를 회상하며 효심을 드러내었듯 시인에겐 할머니와 아버지 아내란 시적 소재를 초월해 시의 세계이자 그 자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나온 삶의 편린들을 따듯하게 품으며 河心으로 삶의 안팎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깊은 사유가 묵직하게 가슴을 울린다.
Ⅲ. 결 론
시집을 덮는 가슴에 “곱씹고 곱씹은 아버지의 유언 한 줄로 시집을 묶는다”는 시인의 말이 뭉클한 감흥을 준다.
“손택수시인은 우리 문단의 튼실한 버팀목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평하던 문구를 기억한다. 빼어난 시어와 예리한 감각, 깊이 있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펴낸 시집을 보면 손택수시인에게 걸 맞는 예리한 지적이다.
“그는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탁월한 중매쟁이다. 그는 늘 무엇과 무엇 사이에 관절 튼튼한 접속사로 존재한다”고 함민복시인의 평하였듯 손택수시인은《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를 통해 따듯한 시선으로 가족사와 생활인으로서의 곤궁했던 내면의 세계와 자연의 섭리 속에서 사유하고 통찰한 깨달음을 보여준다.
과제를 하면서 손택수시인의 시세계 속으로 한발 더 들어설 수 있어서 좋았다.
시는 마음의 거울이다. 시를 읽는 순간만은 질풍노도의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시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가슴이 넓고 따듯해진다. 그래서 시인에게는 家자 가아닌 사람이란 人자를 사용하여 詩人이라 부르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