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어떤 스냅/민병도

언어의 조각사 2013. 9. 26. 14:05

어떤 스냅 - 민병도-

 

 

  자벌레를 따라가다

  빨랫줄에 딱, 걸렸네

 

  몸을 던져 헤아려도

  아득한 생의 엇길

 

  달빛도

  속옷을 벗은,

  고요만이

  환한 밤

 

 

먹을 갈다보면 -민병도-

 

 

  먹을 갈다보면 시간이 온 길이 보인다

  아무런 의심 없이 몸을 섞는 물의 뒤태,

  눈물에 발목이 잠긴 발자국도 보인다

 

  창보다 예리하고 칼보다 날카롭게

  붓끝을 기다리는 조선의 맑은 숨결,

  민초의 잠든 새벽을 소리 없이 깨운다

 

  아직은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경계,

  모습도 색도 버리고 가만히 엎드리지만

  어찌나 눈이 부신지 묵죽墨竹 저리 환하다

 

  먹을 갈다보면 시간이 갈 길도 보인다

  누구나 걸어가되 아무나 갈 수 없는,

  함부로 맞설 수 없어 신발 벗고 가는 길

'그룹명 > 좋은 글 훔쳐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지문/조연향  (0) 2013.10.01
주걱 / 박은형  (0) 2013.09.26
세상에서 가장 먼 길  (0) 2013.09.02
양파/손미  (0) 2013.08.26
절연  (0) 201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