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냅 - 민병도-
자벌레를 따라가다
빨랫줄에 딱, 걸렸네
몸을 던져 헤아려도
아득한 생의 엇길
달빛도
속옷을 벗은,
고요만이
환한 밤
먹을 갈다보면 -민병도-
먹을 갈다보면 시간이 온 길이 보인다
아무런 의심 없이 몸을 섞는 물의 뒤태,
눈물에 발목이 잠긴 발자국도 보인다
창보다 예리하고 칼보다 날카롭게
붓끝을 기다리는 조선의 맑은 숨결,
민초의 잠든 새벽을 소리 없이 깨운다
아직은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경계,
모습도 색도 버리고 가만히 엎드리지만
어찌나 눈이 부신지 묵죽墨竹 저리 환하다
먹을 갈다보면 시간이 갈 길도 보인다
누구나 걸어가되 아무나 갈 수 없는,
함부로 맞설 수 없어 신발 벗고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