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덩굴장미

언어의 조각사 2009. 6. 8. 21:12


덩굴장미  / 김영미                  


 

월담한 입술이

날선 이성을 잠식시키는 한낮

좌절조차 끌어안은 넝쿨 뻗는 뜨거움에

생존의 가시를 세워본다

졸음 겹던 하루,

늘어진 의식의 태엽 감으며

내일 향한 활시위를 조인다

마디마디 달려있던 심장이 팔딱거린다

아직 세상은 살아볼만 하다고

저 뜨건 담벼락을 디딤돌로

꽃잎사이 심지 돋우는

붉은 입술이 도발적이다

절망이 깔린 자리 뭉개고

불 켜며 살아나는 봉긋한 씨알

제 그림자를 이고 선 이방인 가슴에

화인 찍는 입술,

입술 자국들...

 

역류하는 시간 뒤로

정지된 하루가 온통 꽃으로 피어나는

저것,

저것은

열정으로의 도반이다.

 

2009.06.08

 

 


 

 09.광주문학 12호,  착각의시학.15

첨부파일 b3.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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