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앞에서
心田김영미
노가리에서 염전 바닥을 스치던 바람 냄새가 난다
달빛을 등지고 들어서는 지아비 몸에서 맡던 그 냄새다
탄력 있던 육체는
욕망과 생존의 습기마저 포획당한 채
가지런히 접시에 누워 참선 중이다
구멍 난 삶으로 오염된 상처를 닦아내듯
애증으로 차오르는 가슴에 소주를 부어 넣는다
채우지 못한 내 안의 갈증으로
열기 오른 입술이 접시를 훑는 사이
몸통에 달라붙어 있던 지느러미가 날개를 펼친다
거세당한 꿈으로 가슴은 염전이 되는 동안
어린 명태들이 술잔을 튀어 오르며 파도를 가른다
짠 내와 갯내도 일렁인다
삼킬 수 없는 바닷물처럼 입전만 맴도는 파도 소리 때문에
난 결국 노가리를 씹지 못했고
마른 몸통을 툭툭 분지르는 손끝을 바라보며 깡술을 마신다
간도 쓸개도 버려야 했을 지아비 빈 가슴을 바라보면서
치열했던 삶 가벼이 비우고 바다를 닮아가는 노가리 앞에서
치기 어린 도피를 꿈꾸는 내 독설은 서서히 말라가고
비우지 못한 욕망의 편린은 허공으로 흩어진다
창자 속까지 수분을 비워낸 마른 눈에서 난 왜 자꾸만 바다가 보이는 걸까
알콜로 마비된 가슴의 상처는 왜 자꾸만 몸통을 불리며 파도소리를 내는 걸까
09.05.06
치열히 살다 모두를 비워내고 의연히 누워 바다를 보여주는 널 두고
누가 노가리 깐다고 하였던가?
취기어린 도피를 꿈꾸며 쏟아내는 독설과 허풍으로
종족번식의 치열한 본능을 이해하고는 있는 걸까?
오늘도 내안의 바다는 갈증으로 출렁인다.
09.계간문예 12월호
09.광주문학 12호
아래 음악은 최종혁작곡가님이 편곡해주셨습니다.
음음악: 최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