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가 걷히듯
어둠속으로 빛이 잦아들듯
내안에선 사랑의 상처가 벽이 되어 몸을 불리고 있었다.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없으리라.
때론 의도적으로 자신의 존귀함을 과신해 숨어있기도 하지만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고픈 위장술 같은 투정이었다.
사랑의 기쁨은 새롭게 생성 되고 소멸하면서,
깨어지고 부서지는 감정의 교차 속에서 다듬어진 견고한 결정체다.
어느 순간부터
내 상처는 이기적인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은 부딪길 일 없는
상처도 의심도 없는 완전한 사랑이 아니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색다른 호기심을 사랑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내안에 벽이 존재함을 알았을 때
벽은 더 이상 벽이 아니었다.
존재의미를 잃은 벽은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서 빛이 드나들기 시작했고
제 무게에 겨워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랑이라고 최면을 걸며 잦아들던 그것은 늪이었다.
오롯이 모두를 던질 수 있었던 열정이었다.
내 모든 것을 헝클어 버린,
상처투성이로 초라해진 지금도 그 순간을 그리워하는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황홀한 늪이었다.
200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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