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김영미 이제 겨울은 기소중지 되었다 베란다 밖 소문들은 자코메티의 조형처럼 길어지기 시작했고 누군가 실려 온 이삿짐엔 별거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선인장 속 사막이 꽃이 되려면 두 마리의 낙타가 필요할지도 몰라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나의 신분이 미행당하는 듯한 그 짧은 느낌들은 햇살들의 과소비일까 아니면 나만의 조급증일까 어쩌면 봄은 기소되지 못할지도 몰라 한때 나는 먼 시간 저쪽의 소문들을 찾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찾아본 적 있었다 바다를 넘었고 *작은 섬에 이르러 지문이 아니고는 읽어낼 수 없는 화석의 시간을 짐작하곤 했다 미래로 돌아가는 일은 시간의 풍랑을 만나는 일이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내 안의 권태를 버린다는 것 봄날은 더디 갈 것이다 마루 속 10년 전의 표정도 영정이라는 계절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