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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봄을 안겨주는 다인이

입춘/ 김영미 이제 겨울은 기소중지 되었다 베란다 밖 소문들은 자코메티의 조형처럼 길어지기 시작했고 누군가 실려 온 이삿짐엔 별거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선인장 속 사막이 꽃이 되려면 두 마리의 낙타가 필요할지도 몰라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나의 신분이 미행당하는 듯한 그 짧은 느낌들은 햇살들의 과소비일까 아니면 나만의 조급증일까 어쩌면 봄은 기소되지 못할지도 몰라 한때 나는 먼 시간 저쪽의 소문들을 찾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찾아본 적 있었다 바다를 넘었고 *작은 섬에 이르러 지문이 아니고는 읽어낼 수 없는 화석의 시간을 짐작하곤 했다 미래로 돌아가는 일은 시간의 풍랑을 만나는 일이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내 안의 권태를 버린다는 것 봄날은 더디 갈 것이다 마루 속 10년 전의 표정도 영정이라는 계절 속에..

그룹명/사랑방 2022.07.21

노숙자

노숙자 김영미 빛들의 사각지대 희망이 엿볼 수 없는 곳에 사내 하나 멈춰있다 아침 출근길 혹은 저녁의 분주한 약속들의 저지대를 몇 모금의 알콜 몇 줌의 절망을 덮고서 긴 수면 속을 뒤척인다 도시의 모퉁이에서 주워온 절망이 덜 탄 담배꽁초를 만지작거리며 낮과 밤이 중단된 후미진 안쪽을 성지처럼 지킨다 그의 출처도 처음부터 지하의 주소는 아닐 것이다 크고 작은 주말이 종교였으며 달력의 날짜들은 오래가지 않아 추억으로 바뀌던 시절, 해바라기가 없었다면 공중의 햇살들은 어디로 몰려가서 실낙원을 쓰고 있을까 햇살은 또다시 원죄를 덮고서 해바라기에게 돌아올 것이다 저 사내도 분명 서풍이 불었거나 아내의 생일이 잘 보이는 달력의 날자 속으로 출퇴근했을 것이고, 지금 도시는 미지수다 2022.07.19 시작메모----..

시작노트 2022.07.20

광주문학.25호 발간을 축하하며

광주문학.25호 이곳, 오래도록 달려온 문장들의 역사를 봅니다. 세월의 견고한 페이지들과 한 계절 강이 될 사연들, 미루나무처럼 추억의 위치가 될 것들에게 감성의 토목공사를 하는 동안 어느덧 스물다섯 해 그렇게 달려온 날들이었지요. 더 너른 지면을 연다는 것 누군가는 소설의 길로 누군가는 몇 줄의 수사를 완성 짓기 위해 감성의 세계를 밝혔던 날들... 의 오랜 발자취를 자축합니다. 이후 우리가 다시 어떤 이야기의 모퉁이에서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 꼬옥 맞잡은 재회의 체온은 따듯할 것이고 우리가 우리에게 가는 머나먼 여정 속의 이여 그 이름 영원히 빛나기를, 광주문협 제 9대화장 김영미

카테고리 없음 202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