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처럼
김영미
음습한 지하 셋방
오스스 떨던 가을이
귀뚜라미 날개깃에 곁들어
졸고 있는 사이
계절여울에 떫은 티 헹구고
마른가지 우둠지 햇귀 닮은 홍시가
막새바람에 써늘히 식어간다
햇빛 그물침대, 꽃자리 내어주고
잎새 뒤로 숨던 감꽃의 미소는
홍시로 열반한 까치밥의 여유
한번 살다 가면 그만인 세상에서
턱밑 모이만 쪼는 계안鷄眼의 눈곱 떼고
감꽃처럼 살고 지고
잠시 세내어 이승을 사는 동안
200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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