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62회] 도자기 축제에선 사금파리도 빛난다

언어의 조각사 2025. 5. 9. 17:27

도자기 축제에선 사금파리도 빛난다

                                           김영미

 

이천 사기막골 굴뚝에서 보낸 연기로
흙이 산란하는 진통을 수어로 받는다
도공의 손길은 하늘의 이치와 맞닿아
누군가 풀다 만 천기를 빚어내는 고독한 일

 

물레가 가끔 한쪽으로 일그러질 땐
제 안의 형상이 빠져나가는 고통을 참거나
또 다른 균형을 붙드느라 진땀 흘린다

 

체류 허가증에 짓눌린 티엔민*의 점토는
투자사기로 중심축을 벗어나
고국에서 품은 꿈은 깨어지고

 

어간장 발효하던 청동색 거품이
푸토성 논밭에서 자란 손금에 스미듯
가마 속 규산염 눈꽃과 맞닿을
유약 배합 비율이 손에서 익어간다

 

수천 년을 거슬러 발현한 도자기를 품은
설봉산기슭에 앉아서
무수한 과거와 돌아올 세상을 넘겨다보며
세계화의 유속을 헤아린다

 

천여 도의 불로 구운 항아리도
작은 햇살에 깨어질 수 있지
고장 난 수레바퀴도 예술이 깃든 도예촌은
도자기 파편들이 빛을 낸다

 

얼음꽃 핀 창가에 주저앉은
잇새에 물린 노마드의 설움
살면서 깨지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가마 숨결에 달궈진 점토의 혈관에는
외래어와 모국어가 뒤섞이고
흑백을 가르지 않는 흙과 유약의 어울림이
사기막골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티엔민 : 베트남 이주노동자

 

[作詩 메모]
경기도에서는 매년 4~5월에 광주시·여주시·이천시에서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 광주에서 이천시로 이사 온 지 5년을 넘기고서 4월 25일~5월 6일까지 열리는 ‘제39회 이천도자기축제’ 예스파크, 도예촌에 갔다.

전통적인 기법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이천 도자기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버려진 수레바퀴에 머물던 바람의 지문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견딘 도자기 파편들이 햇살을 튕기며 반기는 이천 사기막골. 흙이 산란하는 불가마의 진통이 굴뚝 연기로 피어나듯 수 천 년 숨결의 붓질로 하늘도 온통 청자빛이다.

나는 도예의 제작 과정을 이주노동자의 정주(定住) 과정으로 보고, 흙의 정체성이 유약과 불에 의해 명품 도자기를 탄생시키는 새로운 가치와, 특히 파편에서도 빛이 나는 현상을 다문화적 광채를 발산하는 이미지로 전환하고 싶었다.

베트남에서 어간장을 만드는 생선발효 항아리와, 한국 도자기의 곡선을 닮은 포용력으로, 어울렁더울렁 함께 가는 길은 온통 축제의 한마당이다.

깨어지지 않은 자와 깨어진 자의 경계가 사라지는,

▼ 골프타임즈 가는 길

골프타임즈 모바일 사이트,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62회] 도자기 축제에선 사금파리도 빛난다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62회] 도자기 축제에선 사금파리도 빛난다

도자기 축제에선 사금파리도 빛난다이천 사기막골 굴뚝에서 보낸 연기로흙이 산란하는 진통을 수어로 받는다도공의 손길은 하늘의 이치와 맞닿아누군가 풀다 만 천기를 빚어내는 고독한 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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