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64회] 민들레 영토에 부는 바람

언어의 조각사 2025. 5. 23. 11:07

민들레 영토에 부는 바람

                                        김영미

 

벽에 걸린 TV에선 화면이 폭발한 듯
폭격에 무너진 건물들
아이들 눈동자가 위태롭게 흔들려요
사람들은 죽어가는데
화약 냄새나지 않는 침실이 오래된 폐광 같아요

 

소이탄이 그린 백색 소음을 삼킨
얼음 알갱이 속 꽃잎처럼
폭발 섬광이 스쳐 간 정적은 울음조차 가둬요

 

분식점 붉은 국물에서 집어 든 떡볶이가
총상 입은 정강이뼈 같아 젓가락을 놓치지만
햄버거에 콜라가 왜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나는
아직 전쟁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꽃밭은 짓밟혀도 꽃이 피어나지만
전쟁은 사람들 핏줄마저 끊어
누구나 불행을 통해 영웅이 되길 원치 않아요

 

민들레 씨앗은 우주를 표류하며 이듬해를 꿈꾸고
꽃은 성숙을 꿈꾸며 향기를 모아들이는데
가자지구에도 우크라이나에도
씨알들이 얼고 있어요

 

종군기자 플래시를 터트리는 민들레 국지전은
사월의 바람을 발칵 뒤집어
동족상잔으로 멍든 들녘을 샛노랗게 밝히는데

 

폭격으로 마비된 시간에 갇힌 아이들에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서
UN 헬기 프로펠러가 천사 날개가 되는
비상하는 꽃씨들만 바라보고 있어요

 

[作詩 메모]

- 전쟁의 상흔이 앗아간 아이들의 눈물을 보며


전쟁으로 인한 아이들 눈물이 TV를 꺼도 떠나질 않는다.

총보다 무서운 건 공포감이라고, 피 흘리며 죽어가던 전우들이 지워지지 않아,

불면증에 시달린다던 625 참전용사의 말이 떠오른다.

 

내일은 총성이 멈추고 따뜻한 화해와 감동이 눈물의 종착지가 되어,

구원의 평화가 오기를 기도해 본다.

전쟁의 고통으로 흘린 아이들의 눈물이 슬픔의 또 다른 유산이 되기를 바라며...

 

도미노게임 같은 전쟁은 마음의 꽃밭을 짓밟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종군기자의 사진처럼 노란빛으로 물든 사월의 바람이,

발칵 뒤집어 놓은 민들레 땅과 국지전에서도 열매들은 다시 성숙하기를....

 

꽃의 상속자인 씨앗들은 전쟁의 역사에서 틔우던 내일의 싹마저 잃을까 염려되는 마음이다.

아직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는 씨알들의 유언이 야광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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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64회] 민들레 영토에 부는 바람

민들레 영토에 부는 바람벽에 걸린 TV에선 화면이 폭발한 듯폭격에 무너진 건물들아이들 눈동자가 위태롭게 흔들려요사람들은 죽어가는데화약 냄새나지 않는 침실이 오래된 폐광 같아요소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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