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에 걸린 말씀/ 김영미
살점을 발라낼 때마다 은빛 가시가 빛난다
바다의 깊이를 가늠하려는 듯
젓가락을 뒤적이는 사이
오전의 햇살은 주방 입구를 기웃거리고
저 햇살이 어우르다 온 호수에서
지느러미와 가시가 단련되는 치어들
솟구치는 생의 율동이 그물을 늘인다
물고기를 발라 먹는다는 건
한 끼의 일용할 양식을 음미하는 일
베드로 필생의 꿈에
그물 내릴 곳을 알려 준 스승의 한마디로
어부에서 사도의 길이 열렸던 날
아침 햇살이 구워낸 갈릴리호 기적을
천연덕스레 발라먹다 마주한 가시가
오병이어(五餠二魚)의 환청으로 찔렀을까
가시로 남겨지는 삶은
아주 잠깐의 그림자일 뿐
가시의 경계를 벗어난 나를
마주한 갈릴릴 호수
불현듯 내민 손에 피돌기를 한다
참 기이한 한 편의 여행이다
[作詩 메모]
- 빈자리가 향기롭고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청빈하고 소탈한 행보로, 겸손하고 서민적이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에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통해
가톨릭 신자로 살게 한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는 부농의 가문으로 시집왔지만, 10년 동안 아이 못 낳는 며느리의 삶을 사시다가,
감곡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성신강림 주기에 나를 임신하셨다 한다.
강의 하류를 이끌고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의 삶을 가르쳐 주신 어머니는,
겸손하고 근검하게 신앙적인 삶을 살다가 소천하셨지만,
세속적인 삶에 이끌려 체칠리아란 세례명을 인지하지 못한 나는 불량 신자다.
민물의 끄트머리에서 강을 거슬러 바다에 이르도록 이끄신 어머니 삶을 거울삼아
교만과 허영의 비늘을 떨궈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빈자리가 향기롭고,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라는 내 삶의 지표를 곰곰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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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61회] 가시에 걸린 말씀
가시에 걸린 말씀살점을 발라낼 때마다 은빛 가시가 빛난다바다의 깊이를 가늠하려는 듯젓가락을 뒤적이는 사이오전의 햇살은 주방 입구를 기웃거리고저 햇살이 어우르다 온 호수에서지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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