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60회] 해바라기 소나타

언어의 조각사 2025. 4. 22. 17:08

해바라기 소나타/  김영미

 

아트 갤러리를 헤매다
지친 하이힐에 이끌려 돌아올 때
좌절된 미대생으로의 로망은
인화성 짙은 고흐의 화실을 그리며
노란 풍경에 환하게 스며들던 시절

 

어둠이 가파르게 쌓여가는
세파골 축대 한 편으로 해바라기가 지나친다
전쟁을 모르던 소녀
친구의 54색 크레파스를 샘내던 12색의 갈증은
아직도 짓눌린 현실과의 싸움 중이다

 

드론 포탄에 나비와 노닐던 꽃잎 흩어지고
포탄이 엄습하는 우크라이나 밤하늘을 바라보는 건
별바라기로 들끓던 꿈이 포연 속에 무너지듯 참혹할까

 

기울어진 벽과 파손된 건물 틈을 비집고
펑펑 터지는 저 샛노란 꽃들의 반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호주머니 속 땡볕 한 줌으로
프로방스를 꿈꿀 수 있었겠는가

 

자고 나면 별들의 죽음을
거리 저쪽의 장송곡으로 외면하다가
교회로 향하는 건 몇 번째의 기도일까

그 가혹한 운명을 알면서도
소독 내 가득한 밤의 평온을 그려낼 수 있을까


축대 위에 피던 고흐의 해바라기가
첨탑 위 노을로 피어나고

태양은 세파골 하늘을 물들이며
내 안의 샛노란 광기에 부싯돌 튕긴다

 

[作詩 메모]

- 봄은 수채화처럼 피어나고

한때 사막의 길을 떠올리며 해바라기의 길을 걸은 적 있었다.

해바라기에 머물지 못하는,

그 오랜 가문 날을 헤매며 고흐를 떠올리지 않는 마지막 길은 고흐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화가가 되고 싶었고 부실한 열정은 가난한 환경 뒤로 숨어서,

내 의식의 팔레트 밑바닥에 눅진하게 붙은 물감처럼 쓸모없이 굳어갔다.

 

아직도 부화 되지 않을 알을 품듯, 버리지 못한 그림을 향한 그리움은,

내 그루밭에서 이렇게 어설피 날갯짓하곤 한다.

전장의 포화 속에서도 꽃이 피어나고 있을 우크라이나의 봄을 생각하며...

 

▼ 골프타임즈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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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60회] 해바라기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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