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 국화 앞에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아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수있는 꽃.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꽃이 아니라,
그저,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앞에 서 보면안다.
산다는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끌고
묵묵히 견디어내는것인지 모른다
'그룹명 > 좋은 글 훔쳐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정희 치마,임보 팬티로 답하다 (0) | 2016.12.28 |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복효근 (0) | 2016.11.02 |
조병화 시 모음 (0) | 2016.08.08 |
문예중앙-2007-가을 (0) | 2015.06.15 |
표류하는 흑발/김이듬 외.. (0) | 2015.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