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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 국화 앞에서

언어의 조각사 2016. 8. 16. 09:42

김재진 / 국화 앞에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아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수있는 꽃.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꽃이 아니라, 

저,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앞에 서 보면안다.

산다는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끌고

묵묵히 견디어내는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