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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시 모음

언어의 조각사 2016. 8. 8. 13:29


조병화 시 모음

공존의 이유,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꿈, 지루함

 

 

 

 

공존의 이유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찾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 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이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애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간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잇다는 것은

내일이 어려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을 늦춰서 기쁘리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얼마나 허전한 고마운 사랑이런가...

 

 

 

 

 

내 손길이 네게 닿으면

넌 움직이는 산맥이 된다

 

내 입술이 네게 닿으면

넌 가득 찬 호수가 된다

 

호수에 노를 저으며

호기심으로

물가로

수초사이로

구름처럼 내가 가로앉아 돌면

넌 눈을 감은 하늘이 된다

 

어디선지

노고지리

가물가물

 

네 눈물이 내게 닿으면

난 무너지는 우주가 된다

 

 

지루함

 

기다림이 없는 인생은 지루할 거다

그 기닮이 너무나 먼 인생은

또한 지루할 거다

그 기다림이 오지 않는 인생은 더욱 더 지루할 거다

 

지루함을 이겨내는 인생을 살려면

항상 생생히 사라 있어야 한다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그 무엇을 스스로 찾고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산다는 걸 잠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모습을

항상 보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