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김영미
먼 길 고향엔 마음이 먼저 닿고
거미줄에 걸린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를 붙잡고 있다
꽉 막힌 길들은 얼음땡놀이다
지하실 곰팡이처럼 번지던
우울한 거울에
봄볕을 부려놓는다
아지랑이 퍼지는 노스탤지어
외출의 가슴은 날개를 단다
내 무의식의 성엔 거미가 산다
남루하지만 견고한
빈사의 여유로 덫을 놓으며
제집 허물어야 포식할 수 있음을 거미는 안다
길 위에선 악몽에 갇힌 불안도
지하에선
허공을 가르는 푸른 꿈을 꾼다는 걸
나를 허물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무의식의 정물화 초가집 흙담벽엔
귀 밝은 거미가 나를 기다린다
고공비행과 추락의 길 부여잡고
길 막힌 길 위에 꿈길 놓으며
보이지 않는 줄을 푸근하게 당긴다
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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