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도돌이표

언어의 조각사 2014. 1. 22. 10:22

 

도돌이표

                       김영미

 


먼 길 고향엔 마음이 먼저 닿고

거미줄에 걸린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를 붙잡고 있다

꽉 막힌 길들은 얼음땡놀이다

 

지하실 곰팡이처럼 번지던

우울한 거울에

봄볕을 부려놓는다

아지랑이 퍼지는 노스탤지어 

외출의 가슴은 날개를 단다

 

내 무의식의 성엔 거미가 산다

남루하지만 견고한

빈사의 여유로 덫을 놓으며

제집 허물어야 포식할 수 있음을 거미는 안

 

길 위에선 악몽에 갇힌 불안도

지하에선

허공을 가르는 푸른 꿈을 꾼다는 걸

나를 허물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무의식의 정물화 초가집 흙담벽엔

귀 밝은 거미가 나를 기다린다

고공비행과 추락의 길 부여잡고

길 막힌 길 위에 꿈길 놓으며

보이지 않는 줄을 푸근하게 당긴다

 

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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