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5 -시발점-
김영미
날선 바람과 게으른 햇살 몇 줌
마른가지 적시던 냉동된 습기의 날들
언 발 녹여주던 긍휼한 흙의 무게
지난한 시절 공복과 입김들이
씨눈으로, 꽃눈 속으로 모여든다
*호라이(Horai)보다 먼저
아비의 곡괭이는 산야에서
어미의 바늘은 밤샘으로 분주했다
뒤따른 신들의 잔치로 꽃은 해마다 피어난다
태양의 울안으로 바다를 끌어들인 힘,
빠져나간 수분처럼 자신을 비우던
자식에게 저당 잡힌 주름진 생은 소금꽃을 피웠다
마른 노새 잔등보다 고단했을 당신이
서녘으로 기우는 까닭에
차마 비우지 못할 지난우울 봄빛에 거르며
부푸는 꽃눈을 바라본다
지천명의 숫자 앞에서
내가 당신으로부터의 시작임을
해거름에 걸린 풍경 통해 듣는다
꽃이 혼자서 피는 건 아니라고
당신도 부풀던 꽃이었다는,
2014.02.10
*호라이(Horai): 올림포스에서 제우스를 도와 계절의 변화를 관장하는 여신
광주문학.17, 시와수상문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