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 태양을 삼키다
김영미
하늘 들어 해를 품은 날
앵두빛으로 천지가 그득하다
볕 길 따라 풀빛이 살을 불리던
기억에서 멀어진 양지의 날들
그 속에서
종교처럼 지켜낸 열매의 길을 본다
현기증 나는 일상들이 입덧을 한다
통장잔고에 걸린 초침 내려놓고
문자들 무게에 감춘 허울을 벗는다
단물 오른 앵두가 터질 기세다
그것은 붉음의 과부화다
유통기한 없는 슬픔들이
나무로 모여들던 불온한 오후를
태양의 캡슐에 가둔다
딱딱한 아집이 익어간다는 건
지상의 저울 하나 바로 세우는 일
앵두는 태양을 저장중이다
빛이 머문, 뼈 세운 단내가 부드럽다
해를 삼킨 혓바닥은 열반에 들고
사막 안쪽을 향한 탐닉의 길이 봄날을 허문다
입안 앵두가 뜨겁다.
13.06.02
사진:하춘란님
광주문학.17 시와 수상문학 여름호, 문학공간 14년2015인간과 문학 봄호 착각의시학.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