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詩와 동거하다

언어의 조각사 2011. 5. 29. 19:30

 

詩와 동거하다
                    心田 김영미

 


나무의 묵언들이

더 많은 그늘을 불러들일 무렵이면

노을이 되는,

길들이 흔들리거나 지워질 때도

날개 달지 못한 내 오랜 주문들은

그대 붉은 눈동자를 자맥질한다

 


세상 향해 손 내밀고 싶던 날

내 안에 가두고픈 바람은

빈 늑골을 빠져 나갔다

고장 난 지구 어디쯤에서

마그마를 수혈한 염천 혓바닥이

그늘 속 칩거의 안쪽을 더듬을 때도

빈자리는 써늘하다

 


그늘 깊이 움츠린 허공의 날들은

불시착한 열망의 잔해들이다

그대 향한 피멍든 주술이다

 


거침없는 풍파인들 쓸어낼 수 있을까

어느 망각의 사자인들 거둬갈 수 있을까

 

그대 향한 길들이 지워지는 날에도

언어의 사리들은 푸른 날개 펼치며

붉은 노래를 재생중이다.

 

2011.05.29

 

 

2011년 경기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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