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동거하다
心田 김영미
나무의 묵언들이
더 많은 그늘을 불러들일 무렵이면
노을이 되는,
길들이 흔들리거나 지워질 때도
날개 달지 못한 내 오랜 주문들은
그대 붉은 눈동자를 자맥질한다
세상 향해 손 내밀고 싶던 날
내 안에 가두고픈 바람은
빈 늑골을 빠져 나갔다
고장 난 지구 어디쯤에서
마그마를 수혈한 염천 혓바닥이
그늘 속 칩거의 안쪽을 더듬을 때도
빈자리는 써늘하다
그늘 깊이 움츠린 허공의 날들은
불시착한 열망의 잔해들이다
그대 향한 피멍든 주술이다
거침없는 풍파인들 쓸어낼 수 있을까
어느 망각의 사자인들 거둬갈 수 있을까
그대 향한 길들이 지워지는 날에도
언어의 사리들은 푸른 날개 펼치며
붉은 노래를 재생중이다.
2011.05.29
2011년 경기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