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문학의 향기(공부방)

우리말에 대한 예의

언어의 조각사 2010. 8. 15. 21:28

『우리말에 대한 예의』- 교열기자 이진원의 바른말 이야기 

 

1) “저기 저 콩깍지는 깐 콩깍지냐, 안 깐 콩깍지냐.”

안 깐 콩깍지 → 콩꼬투리로 고쳐야 한다.

콩깍지 → 콩을 털어내고 남은 껍질

예) ‘눈에 꽁깍지가 씌었다.’ → 앞이 가리어 사물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2) 금실과 금슬

* 금슬이 좋다(×).

* 금실이 좋다(○).

금슬→거문고와 비파.

금실→부부간의 사랑.

3) 부딪치다/부딪히다

모두 ‘부딪다’에서 파생한 말이다.

‘-치-’는 강조를 뜻하는 접사이고, ‘-히-’는 피동을 뜻하는 접사이다.

즉 ‘부딪치다’는 ‘세게 부딪다’는 뜻이고, ‘부딪히다’는 ‘부딪음을 당하다’는 뜻이다.

4) ‘불붙은 채 승객싣고 3분 내달렸다’(×)

어느 신문에 난 기사 제목인데 ‘승객싣고’를 ‘승객을 태우고’로 고쳐야 한다.

‘싣다’는 ‘물체를 운반하기 위하여 차나 배, 수레나 비행기, 짐승의 등 따위에 올리다’라는 뜻이다.

물론 사람에게도 ‘싣다’를 쓸 수 있다.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가마에 몸을 실었다.’처럼 사람 스스로 탈것에 오를 때 쓸 수 있다. 또는 ‘트럭에 가득 실린 시신’처럼 산목숨이 아닐 경우에 쓴다.

5) 들이키다/들이켜다

‘임꺽정은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킨 다음 서림을 돌아봤다.’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마시는 일을 일러 흔히 ‘들이키다’라고 하는데 틀린 표현이다.

‘들이키다’라는 말은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는 뜻이다.

예) ‘비가 들이치니 댓돌에 놓인 신발을 마루 밑으로 들이키는 게 좋겠다.’

“다른 사람이 지나가기 쉽게 발을 좀 들이키는 게 어떻겠니?”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또는 한 번에 마시는 일은 ‘들이켜다’라고 한다.

‘임꺽정은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 다음…’ 이라고 써야 옳다.

6) 담배를 ‘피다/피우다'

* 연탄불(a) 피다.

* 연탄불(b) 피우다.

여기서 ‘a, b'에 어떤 조사(토씨)를 넣는 게 좋을지를 생각해 보자.

‘a’에는 ‘이’를 ‘b’에는 ‘을’을 넣어 ‘연탄불이 피다’, ‘연탄불을 피우다’로 쓸 수 있다.

‘담배를 피우다’가 맞는 표현이다.

* 다른 예문

‘밤새지 말란 말이야’

‘밤새지’ → ‘밤새우지’로 고쳐야 한다.

‘밤새다/밤새우다’

밤새다 → 밤이 지나 날이 밝아오다.

밤새우다 → 잠을 자지 않고 밤을 보내다.

‘밤새다/밤새우다’는 ‘밤(이)새다 / 밤(을)새우다’꼴의 변형이다.

7) 임산부/임신부

무서운 영화의 광고 중 ‘노인과 임산부는 조심하시라’의 임산부는 ‘임신부’가 옳다.

임산부 → ‘임부와 산부’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

임부는 아이를 밴 부인이니 임신부이고, 산부는 산모와 같은 말이다.

8) 발자국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내 생 뒤에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 기형도의 시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가장 어울리는 발자국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 그를 만나면 나는 늘 귀를 기울여 그의 발자국소리를 들었다. 그의 발자국소리는 세상의 어느 곳에서도 들렸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기형도의 시에는 ‘발자국 소리’로 띄어썼고, 곽재구의 책에서는 ‘발자국소리’를 붙여썼다.

‘자국’은 ‘흔적’이다. ‘발자국’은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흔적이다.

발자국 소리는 ‘발소리’나 ‘발걸음 소리’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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