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잠꾸러기와 문창호지

언어의 조각사 2007. 5. 23. 12:18

 

잠꾸러기와 문창호지

                                          김 영 미


 

 

 

벼꽃빛깔 머금은 새벽빛이

창호지에 배어날 때도

난,

흑백필름을 돌리고 있었다.


달빛 졸다 간 문창호지엔

문풍지를 흔들던

간밤 소요도 잊은 채

하마 

햇빛이 걸려 있는데


중천 햇살을 정수리에 부수며

기지개를 뒤트는 기억의 뜨락엔

간밤 환영이

아슴아슴 숨바꼭질한다


길 떠나는 내게

문창호지는 배시시 미소하지만

쉬 마려운 아이 마냥 풋바심하며

성큼, 

문고리만 밀쳐내고 있다


2002.04.25

막간을 낙서하다

-광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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