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일기
-퇴근후의 밀어-
김 영 미
가로등빛 아래로 눈 그림자가 달려간다
지친 나래 깃 접고
나도
둥지 향해 달려간다
초롱초롱 눈 반짝이며
반겨주는 아이들,
올망졸망 가재도구마저
정겨운 퇴근 후
옆집 아줌마 장바구니 엿보며
우리 집 식단도 저울질해 보고
재잘대는 딸아이 하루 일과 그려보며
과묵해진 아들의 심금을 두드린다
품에 안겨오다 어깨를 주무르는
아이의 고사리 손안에서
터져 나오는 행복의 봇물
물젖은 솜처럼 갈앉던
오후의 깃털은
정겨운 울안,
다사로운 눈빛에서
살아나는 나를 추스른다
내일의 가벼운 부상(浮上)을 향하여
01.02.22